[에문한답] 가계부채, 줄지 않는 이유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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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4년 09월 15일 오후 12:49 업데이트: 2024년 09월 15일 오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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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 않는 가계부채이유와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요?

답변_정수연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부동산경제학부동산대량감정평가부동산계량경제학 분야를 연구하며 국립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감정평가학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을 어떻게 보나요?

“정부는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전세대출까지 금지하는 등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계부채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전세라는 진단이 잘못됐다는 방증입니다. 불안을 심어주는 부동산정책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됩니다. 과거 28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던 시기에 주택 가격은 폭등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내 집을 가질 수 없다는 불안감을 경제 주체에게 심어줄 때, 그리하여 모든 경제 주체가 한 방향으로 뛰어 내달릴 때 집값은 폭등했고 대출은 급증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계부채 급증 원인은 전세가 아니라 미래에 자기 집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시장 주체들은 오늘만 살죠. 미래에 구매하려 했던 집을 계획을 바꿔 오늘 당장 은행으로 뛰어가는 겁니다. 왜 사람들은 침체기에는 가만히 있다가 가격 상승기에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걸까요? 미래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지금 사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집을 살 수 없어 가난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실제로 1988년 미국의 부동산경제학 로버트 쉴러 MIT 교수와 칼 칩케이스 웨슬리대 교수는 부동산경제학 분야 논문인 ‘호황기 주택시장에서 주택 구매자의 행태’에서 이러한 현상을 논증한 바 있습니다. 즉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미래에 자신이 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심리’입니다.”

-그렇다면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합니까?

“불안한 심리를 잠재울 강력한 믿음(signal)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영끌’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로 할 때 적정한 가격으로 내 집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주지 않으면 가계부채는 줄지 않고, 주택 가격도 안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출 규제는 불안을 강화할 뿐이죠. 오늘 가격이 상승해도 미래에는 내 집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처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자가 보유를 지원하는 제도가 시급합니다. “

-해외 사례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미국은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지역 건설사가 주택을 건설할 때 그중 10%의 집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대신 법인세 감면 등과 같은 여러 인센티브를 주고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와 같은 낮은 가격의 집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해당 집을 매입하려는 지역 주민들에게 집값의 10%를 보조금으로 지급함으로써 주민들의 자가 보유를 통한 자산 형성을 돕습니다. 이는 지역에 결국 많은 주민이 유입돼 정착할 만한 메리트가 되고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민간 개발사업 시 전체 물량의 최소 15%를 중위 소득 80% 이하 가구에 공급하게 하고 사업자에게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는 동시에 최대 300%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코로나 이후 소득 수준에서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런던은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50%를 실제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 시행 중입니다. 주택시장 가격이 급등하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자기 집 마련에 지장이 오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주택 구매 시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제공합니다. 제공된 보조금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은 중앙적립기금의 각 개인연금 계좌로 입금되며, 그 보조금을 인출해 LTV(담보인정비율) 75%를 제외한 나머지 25%를 주택 매입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매입한 주택을 다시 판매했을 때는 인출한 보조금을 다시 자신의 국민연금 계좌에 이자를 추가해 입금해야 합니다.”

-자가 보유 촉진 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우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게 관건입니다. 월 320만 원의 30대 중위 소득자가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주택이 공급돼야 합니다. 미국 지방정부에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 공급 주체가 건설비용을 낮출 수 있게 해주고, 그 이익에 기반해 건설하는 주택단지의 일정 비율을 저렴하게 중산층 이하 서민, 청년들에게 판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전제조건은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현재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들(특히 청년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LTV가 70%까지 허용되지만, 나머지 30%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미국의 ‘최초 주택 매입자’에 대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이 30%를 선수금이라고 하며 이 금액을 지원하는 많은 다양한 정책들이 있습니다.”

“LH와 같은 공기업에는 저렴한 주택공급을 요구하고, 민간기업에는 더욱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저렴 주택의 공급이 증가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울러 주택 매입 보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층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주택 매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자가 보유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설명해 주세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년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들의 자가 보유 욕구는 2019년 기준 73.3%였지만, 그들의 소득으로 구매 가능한 집은 사라져가고 있는 셈이죠. 53%의 청년들이 부모 도움 없이는 집을 마련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에는 자가 보유 촉진을 위한 정책들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미국과 싱가포르 같은 보조금 지원 정책도 없고 자가 보유 가능한 저렴 주택 공급 정책도 보이질 않습니다.”

“청년들의 자가 보유 욕구를 만족시키고 주거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미래 세대의 불만은 누적되고 계층 간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되면 자본주의 체제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가 보유 촉진 정책을 더 개방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1차대전 이후 ‘뉴타운 운동’으로 자급자족 도시를 조성하고 주택이 필요한 곳마다 건설했습니다.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 시기에 영국 전역에 당시 기존 주택의 절반 수준 규모인 400만 채의 주택이 신규 공급됐죠. 이 정책으로 부자들 소유의 집에 살던 80%의 영국인들이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영국이 사회주의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도 해결이 안 되는 이유가 뭘까요?

“공급 계획은 있으나 서울에 건설 가능 토지가 없다는 것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영끌’ 현상을 해소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그것을 예측하는 경제 주체는 오늘 당장 주택 매입에 나서려고 하는 것이죠. 그러한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 담당자는 전세대출까지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려 하지만, 이는 현금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차단할 뿐입니다.”

“규제가 일시적으로 주택 가격을 하락시키면 저렴해진 주택을 매입 가능한 사람은 현금 부자들뿐입니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잘못하면 현금 부자들의 자산만 늘려주고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은 오히려 훼손시킬 수 있는 겁니다. 규제 정책의 애초의 목적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가격을 낮추려는 것이었는데, 정책의 결과는 의도치 않게 서민 주거 안정을 훼손하고 양극화를 가속하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죠.”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요.

“주택 몇 채를 공급하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시장에 만연한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없습니다. 자기 집을 원하는 국민들에게는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신호가 확실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제3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의 주거 안정 대책에 덧붙여 자가 보유 촉진 정책으로 보완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주거정책의 1차적 목표는 가계부채 감소가 아니라 서민 주거 안정입니다. 가계부채 감소를 위해 서민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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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이슈&포커스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