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월 소매·산업생산 예상치 하회…5% 성장률 목표 먹구름

강우찬
2024년 09월 14일 오후 5:25 업데이트: 2024년 09월 14일 오후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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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경제가 부동산 침체 속에서 생산·소비 성장세 둔화세 지표로 드러나
  • 고정자산 투자는 증가했지만, 내수 촉진 효과 없어…결국 지방정부 채무로
  • 전기차 수출, 사실상 마지막 카드…미국·유럽은 관세장벽으로 대응

중국의 8월 산업생산와 소매판매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5%, 2.1% 상승하며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하반기 들어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위축세를 나타내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하며 전월(5.1%)보다 둔화됐다. 올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로이터 통신이 경제 전문가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 4.8%에 못 미쳤다.

내수 경기를 가늠하게 하는 8월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2.1%로 전월(2.7%)보다 줄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중 소비 부진을 근거로 이달 성장률을 2.5%로 낮춰 잡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낮은 실적을 냈다.

8월 소매판매는 전통적으로 소비가 확대되는 여름 휴가철이 절정에 이르고, 여기에 중국 정부가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 것으로 교체)’ 정책으로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황에서도 부진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실린다.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의 중국 담당 수석전략가 싱자오펑은 “(중국 경제)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며 “내수 부진이 병목지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중국 정부 공식 목표치인 5% 안팎보다 이미 낮춰 잡았다. 중국 경제의 2분기 성장률은 공식적으로 4.7%다. 싱자오펑 수석전략가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은 현재 흐름상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제 지표가 유리하게 부풀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국가통계국은 16~24세 청년실업률을 17.1%로 발표했다. 실업률 집계 방식을 바꿨지만 전월(13.2%)보다 3.9%포인트 치솟았다.

지방정부, 제조업 투자 위주 성장 고집…내수 부진 여전

지난 수년간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지속됐지만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도 중국 가계자산의 약 80%는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풀리지 않는 한 가계의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

같은 날 발표된 국가통계국 자료를 로이터 통신이 분석한 결과 중국의 8월 100개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3% 하락하며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15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며 전월(4.9%)보다 하락폭이 커진 수치다.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1~8월)는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고정자산 투자는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나타낸다. 농촌 지역은 제외된다.

다른 경제 지표가 하락하는 가운데 고정자산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앞서 지난 4월, 중국 당국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5.3%로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4.8%)를 크게 뛰어넘는 발표에 분분한 해석이 이어졌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고정자산 투자가 성장을 주도했다고 풀이했다.

올해 1월 중국 중앙정부는 빚이 많은 지방정부에 인프라 투자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고정자산 투자는 크게 부동산, 제조업, 인프라 투자 등으로 나뉜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정자산 투자가 증가하면, 투자 비용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고정자산 투자로 1분기에 재미를 봤지만, 2분기 성장률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예상치 이하인 4.7%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하반기에라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소비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제조업, 인프라 투자로 공장과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생산을 늘리는 과거의 경제 개발 방식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경제가 고속으로 성장하던 시절에는 제품이 팔렸지만, 현재는 남아도는 생산품을 저가로 해외에 밀어내는 실정이다.

중국의 저가 쇼핑 플랫폼인 알리, 테무 등은 이렇게 과잉생산된 제품을 해외로 팔아 자국 경제에 동력을 제공해야 할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주변국 시장 진입을 위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이유다.

8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로이터 전망치에 못 미쳤지만 신에너지차와 로봇산업은 각각 30.5%, 20.1%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알리와 테무 같은 저가 상품보다는 경제 파급력이 큰 전기차 수출이 중국의 진정한 승부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역시 이러한 중국의 전략에 맞춰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7%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달 27일부터 전기차 관세 100% 인상안 시행에 들어간다. 특히 미국은 12일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저가 공세에 맞서 면세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중국 거시경제를 관장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을 자신했다. 이어 6월에는 경제 사령탑인 리창 총리가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개막식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인 5% 안팎을 달성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일본 노무라 증권은 지난 13일 리서치 노트에서 “하반기 새로운 역풍으로 인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