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갈등 깊어지는 입법·사법 간 수사 갈등…검총 퇴임식서 나온 ‘직설’ 

2024년 09월 13일 오후 5:34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워야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2년간의 검찰총장직 임기를 마무리하며 언급한 발언의 한 대목이다. 이원석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정치권을 향해 직설(直說)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그는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과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쪽에선 ‘검찰 독재’라고 저주하고, 한쪽에선 ‘아무 일도 해낸 게 없다’고 비난한다”며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설을 아끼지 않은 대상은 입법부를 구성하는 여당과 야당이다. 여야는 각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정무적인 입장을 쏟아내며 사법부를 압박했다는 게 사법계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집권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제1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수사가 미지근하다는 입장을, 민주당에서는 자당 정치인들을 향한 수사에 ‘보복’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를 통해 삼권을 구성하는 입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이와 관련해 언론계에서는 지금의 입법·사법부 간 갈등에 사법부의눈치보기식 행보가 한몫한 만큼 사법부는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쳤다검찰청 출입기자단 간사를 지낸 한 언론인은 이날 기자와 만나 “여와 야 모두 박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의 숙명이라고 본다”고 운을 뗀 후 “하지만 그런 숙명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직면한 사법 영역에서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는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김건희 여사 수사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게 하나의 예”라고 설명했다.

연장선에서 사법부는 입법부와의 사법 갈등이 교육행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해 우려했다. 오는 10·16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과 교육감 후보들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자신을 앞서 비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고소함과 동시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12년 전 선거 비리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곽노현 전 교육감은 오는 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하자 한동훈 대표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를 지낸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만들어낸 수사 갈등은 그 자체만으로 부정적인데 그 여파가 최근엔 ‘교육 행정’에도 이어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퇴임식을 가진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022년 5월 검찰총장 공석인 상황에서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돼 직무대행을 맡았고, 그해 9월16일 제45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공식 임기는 오는 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