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출범 물 건너간 듯…의료계, ‘여야의정’에 미동도 없어

의료개혁을 논의할 종합 기구인 ‘여야의정 협의체’의 추석 전 출범이 무산됐다. 당초 협의체는 지난 12일 출범이 유력했으나 정치권의 단일대오 무산과 함께, 의료계의 미지근한 반응으로 인해 출범이 답보 상태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주체는 여당과 야당, 의료계와 정부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정 협의체를 주도할 국민의힘에서는 주요 정치인들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상록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후 기자와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은 전 국민이 바라는 일”이라며 “제가 의료계 주요 단체 분들과 직접 소통했고, (의료계에서는) 여러 고민이 있지만 (협의체 참여를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시기에 대해서는 “이제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것 자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언제까지’를 정하고 그걸 압박하는 모양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특정 일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주체 중 가장 반응이 적었던 의료계에서는 해당 분야의 거대 조직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각계각층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협은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대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관련 긴급연석회의’를 연 후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협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는 의협을 비롯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학회 등 8개 단체가 참여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 중에도 ‘협상’이 거론되면 총구를 거두는 법”이라며 “의료계와 대화를 바란다면 정부는 즉각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료계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때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정부가 물러서야 한다”며 “가장 당사자인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개혁 핵심 의제 중 하나인 ‘2025년 의대 증원 유예’를 놓고 협의를 이뤄내지 못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의대 증원 유예’를 의료계에서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교육 정책상 ‘대입 및 수시 모집 등의 진행’이 이뤄지는 점을 이유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차선책으로 꺼낸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부 공무원노동조합 자문위원은 “지금 의료계는 ‘2025년 의대 증원 유예’를 요구했으나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뒤로 미루기엔 어려운 상태”라며 “대신 정부가 ‘2026년 의대 정원 유예’를 타협안으로 꺼냈으니, 의료계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할 차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