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재정부 “지난해 안 찾아간 복권 당첨금 3천억”…네티즌 “누가 믿겠나”

강우찬
2024년 09월 13일 오후 6:15 업데이트: 2024년 09월 13일 오후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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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지난해 당첨되고도 찾아가지 않아 결국 지방정부에 귀속된 복권 당첨금이 3천억 원 이상인 것으로 발표됐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지난해 지급기한이 만료돼 지방정부에 귀속된 복권 당첨금이 17억7800만 위안( 약 3330억원)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당 사실은 지난달 27일 중국 재정부 웹사이트에 공식 발표된 ‘2024년 제13호 공지’의 지난해 전국 복권기금 조성 및 배분, 사용현황 고시 항목에 실린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지급기한 만료로 정부에 귀속된 복권 당첨금은 총 83억7700만 위안(약 1조5670억원)으로 매년 10억 위안(약 187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중국의 복권 판매액은 5770억 위안(약 108조원)이며, 이 가운데 1514억 위안(약 28조원)이 공익 기금으로 조성됐다. 공익 기금 조성분 중 약 35%인 535억 위안(약 10조원)은 중앙정부가 가져갔으며 절반 이상이 사회보장기금에 투입됐다.

지급기한 만료 당첨금은 전체 복권 판매액의 1% 미만에 그치지만, 복권 판매액이 워낙 많다 보니 3000억 원이 넘는 거액이다.

재정부는 이 돈이 ‘복권 관리조례 시행규칙’ 제57조에 따라 판매 대행사로부터 지방정부에 인계돼 공공 복지기금으로 투입되며, 모두 현지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가져가는 것은 한 푼도 없으며 모두 지방정부에 이전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당첨금이 지급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당첨 여부를 제때에 확인하지 않아 지급기한을 넘기는 것 외에도 당첨 복권의 분실 또는 훼손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급기한 만료와 복권 분실·훼손으로 인한 당첨 효력 상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에서 지급기한 만료로 당첨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금액이 많은 것은, 당국 설명에 따른다면 지급기한이 60일로 짧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로또와 연금복권, 즉석복권(스피또) 모두 지급기한이 지급 개시일로부터 1년이지만, 중국의 ‘복권 관리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국 복권의 지급기한은 추첨일(당첨일)로부터 60일 이내다. 마지막 날이 공휴일 등일 경우에만 다음 영업일로 연장된다.

이 때문에 중국 재정부는 “복권을 구매한 사람은 추첨 후 즉시 번호를 확인하고 경품(당첨금)을 수령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습기나 알콜(주류), 산(식초) 등으로 인해 복권이 훼손돼 당첨 여부를 식별할 수 없을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복권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라고 안내했다.

정부의 발표에도 중국 온라인에서는 매년 3천억 이상의 당첨금을 받아가지 않아 지방정부가 가져간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지방정부가 제각각 운영하는 복권이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사기 스캔들에 휘말린 사건과 무관치 않다. 전국급 복권은 일반 복권 4종, 스포츠 복권 14종, 지방정부 복권 51종으로 총 69종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2일 중국에서는 같은 번호의 복권을 무려 5만 장 구매해 총 400억 원이 넘는 당첨금을 수령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 구매자는 장시성에서 전국급 복권의 하나인 ‘콰이러8(快樂8)’ 복권을 10만 위안(약 1870만원) 들여 같은 번호로만 5만50장 구매했다. 당시 일부 언론을 통해 구매 수량이 4만9250장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민정부 조사 결과 5만50장으로 확인됐다.

매일 추첨이 이뤄지는 콰이러8 복권은 1번부터 80번까지 매일 20개씩 숫자를 임의로 추첨해 발표한다. 구매자들은 숫자를 최소 1개부터 최대 10개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1장 가격은 2위안(약 370원)이다. 1개만 맞추면 당첨금이 2위안으로 본전이지만, 적중하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당첨금도 4위안, 28위안, 288위안, 1만 위안(약 187만원) 등으로 급격히 불어난다.

그런데 이 구매자는 7개 숫자를 뽑는 추첨을 5만50장 모두 적중시켰다. 당첨번호는 40, 41, 42, 44, 63, 64, 65였다.

콰이러8 복권은 구매 수량이 한 사람당 같은 번호 1만 장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이 남성을 추첨을 두 시간여 앞두고 같은 날 판매점 두 곳을 돌며 같은 번호로만 5만50장을 구매한 점도 조작 의혹을 부채질했다.

중국 관영매체까지 나서서 당국의 조사를 촉구할 정도로 논란이 일자, 중국 민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올해 2월 “문제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구매자는 11월 30일, 12월 1일과 3일 총 3일에 거쳐 비슷한 구매 방식을 보였다는 것이다.

당국은 구매 기록을 조사해 “이 구매자가11월 30일에는 같은 번호로만 2만5750장을 구매해 모두 상금 2위안짜리에 당첨됐고, 12월 1일에는 이 금액을 모두 같은 번호로 2만5050장을 구매해 전부 미당첨됐지만 이튿날 같은 번호로 5만50장을 구매해 ‘잭팟’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번호로 1만장까지만 구매 가능하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콰이러8 복권을 둘러싼 조작 의혹은 올해 초에도 다시 촉발됐다. 지난 1월 2일 추첨 생방송 때는 번호가 아직 추첨되지 않았는데 진행자가 번호를 발표했다가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한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복권 사업자가 상금을 횡령하고 있다”, “실제 당첨자는 지방정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급 기한을 60일로 정한 것도 너무 짧다는 반응이 나왔다.

2월에는 무려 1천억이 넘는 로또 당첨자가 나와 또 다시 논란이 됐다. 단순이 당첨금 규모가 많아서가 아니라 구매자 1명이 같은 번호를 133장 구매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6일 진행된 제2024016차 ‘더블 컬러볼(雙色球)’ 복권 추첨에서 28세 돤모씨가 단독 1등에 당첨돼 중국 복권 사상 최고 금액인 6억8천만 위안(약 1273억원)을 받게 됐다. 기존 최고 기록은 5억 7천만 위안(약 1067억원)이었다.

더블 컬러볼은 빨간 공 6개와 파란 공 1개를 골라 베팅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로또와 유사하다. 매주 3회 화, 목, 일 저녁에 추첨이 이뤄지며 참여자가 많을수록 당첨금이 올라간다.

이 복권의 이론상 1등 당첨 확률은 1700만분의 1이다. 낮은 확률이지만 중국의 인구를 고려하면 당첨이 가능성이 마냥 희박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1명이 같은 번호로만 133장을 구매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중의 반응이다. 여러 번호를 구매해서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 당첨금은 1등이 각 517만 위안(약 9억 6천만원)이었으며, 당첨 복권은 136장으로 번호를 맞춘 구매자는 혼자서 1200억원을 받은 돤씨를 포함해 총 4명이었다. 1등 당첨자 4명 중 같은 번호로 100장 이상을 산 인물은 돤씨뿐이었다.

현지 언론은 엄청난 금액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지만, 온라인 여론에서는 복권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중국에서는 경기 침체와 실업난으로 복권 구매 열기가 청년층까지 확산하고 있다. 재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복권 누적 판매액은 전년동기대비 53%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재정난이 심각한 각 지방정부가 부동산 경기악화로 부족해진 세수를 복권 구매 열기를 자극해 채우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세수 부족 외에 사회보장기금 고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기금은 중국판 국민연금으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지난 2000년 도입됐다. 중국 5대 보험인 양로, 건강(의료), 실업(고용), 산재, 생육(출산)보험 등 중국 복지 지원금으로 쓰인다.

당국은 최근 양로보험 보완을 위해 주택연금 등 새 정책을 시범 도입 했지만, 결국에는 모양만 바꾼 증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