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토론…부동층 표심은? “확신하기에는 아직 일러”

남창희
2024년 09월 13일 오후 2:32 업데이트: 2024년 09월 13일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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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미국 대통령 대선 TV토론이 끝난 가운데,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여전히 표심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TV 토론 전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모르겠다’는 10명의 유권자를 미리 선정하고, 토론 후 이들에게 다시 지지 후보를 물은 결과 6명이 “트럼프를 투표하거나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한 이는 3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여전히 투표할 대상을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5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양극화가 두드러진 이번 선거에서 주요 경합주의 승부가 수만 표 차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소수의 부동층이 대세를 결정 지을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은 이번 조사의 표본 크기가 작았지만, 해리스 후보가 대선 토론에서 우세했다는 반응을 실제 표심으로 이어가려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더 자세한 정책을 밝혀야 한다고 평가했다.

토론 전인 지난 8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3~6일 실시)에서, 1695명의 전화 면접 조사 대상자 가운데 28%가 “해리스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가 발표되고 몇 시간 후 해리스 캠프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약 소개 페이지를 개설했으나 가계 생활비 절감, 자유 보호, 치안 및 사법정의 보장, 미국의 국가안보와 번영 유지 등 4대 분야에서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공화당 집권에 대비한 정책 청사진을 담은 600쪽 분량의 ‘프로젝트 2025’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공약의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측은 ‘프로젝트 2025’는 자신과 관계 없는 문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조사 대상자 중 절반은 해리스가 100분 이상의 토론 시간 중에도 미국 경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높은 생활비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명확하게 설명하진 못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이들도 ‘인간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경제에 있어서는 더 신뢰가 가는 후보라고 밝혔다. 트럼프 재임 기간이었던 2017~2021년 경제 상황이 나았다는 점이 그 근거다.

조사 대상자 여섯 명 중 네 명은 해리스가 같은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경제 정책에서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높은 생활비의 원인을 민주당의 정책 때문이라고 여겼다.

해리스는 이번 토론에서 가계와 중소기업에 세금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 등 몇 가지 정책 세부 사항을 언급하긴 했지만, 자신의 정책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트럼프 역시 자신의 정책을 밝히긴 했지만 해리스의 공격에 응수하고 ABC 방송 사회자들의 지적에 해명하면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 인사들은 이를 두고 ‘3대 1의 싸움치고는 잘한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토론 전에는 해리스를 지지했다는 응답자는 “이번 토론은 전반적으로 카멀라 해리스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식이었다”며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오히려 트럼프 쪽으로 투표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긴 했지만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해리스의 정책이 마음에 들어서 해리스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 성비는 남성 6 대 여성 4였으며 인종 구성은 백인 8 대 흑인 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