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리 챙겨두려고요”…추석 앞두고 비상약 마련에 분주한 시민들

이상준 객원기자
2024년 09월 12일 오후 7:46 업데이트: 2024년 09월 12일 오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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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챙기려고 합니다.”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 인근의 한 약국에서 만난 30대 여성 김 씨는 진통제와 아동용 해열제를 산 후 “요즘은 보통날에도 병원에서 치료받기 힘든데 비상약이라도 사서 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아이가 잘 먹는 해열제가 있는데 여기는 없어서 다른 곳을 가려고 한다”며 우산을 쓰고 빗길을 누볐다. 같은 날 오후 2시 인근 마산동에서 만난 50대 여성 박 씨도 “요즘 의료대란이니 뭐니 해서 병원 응급실 가는 게 쉽지 않다”며 약국에서 소화제와 두통 치료약품을 구매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비상약 마련에 다수의 시민은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장기화 중인 ‘의료대란’과 연관이 깊다. 정부가 지난 2월 2000명 규모의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자 의료계 및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대치를 벌이고 있다. 연장선에서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 행동에 나섰고 이로 인해 병원 내 응급실에는 진료 인원 공백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여당도 감지한 상태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추석 연휴 기간 약 8000개 동네 병·의원이 개원하도록 건강보험 수가 조정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중증 필수 의료 기피 요인으로 지적됐던 사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도 속히 추진키로 했다.

또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시행 중인 연속 근무 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근무 시간 단축 제도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기자와 만나 “전공의 복귀 상황과 시범사업 상황을 고려해 추가적인 지원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대해서는 “(여야의정 모두) 의료공백 사태 방지와 의료 인력 양성 필수 의료체계에서 뜻을 같이할 의료기관 단체가 준비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방청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운영 중인 병·의원 및 약국에 대한 안내 및 응급 질환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면 119로 전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맞춰 전국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고 응급 질환 상담 등도 24시간 안내하는데, 연휴기간에 119구급 상담 인력을 180여 명 증원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추석 연휴 때도 총 5만7509건의 의료상담을 진행하며 하루 평균 9584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유병욱 119구급과장은 “연휴 기간 가정 내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화상과 기도 막힘 등에 대한 응급처치 방법을 미리 익혀두고 해열제, 상처 소독약 등 상비약을 미리 구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 체류 중인 여행객이나 원양 선박 선원 등 재외국민도 전자우편 또는 119 홈페이지, 카카오톡 ‘소방청 응급의료 상담서비스’ 채널을 통해 전문 의료진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