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차하얼연구소 해체 요구…“中 공산당의 한국 침투 거점”

CCP아웃·공실본, 연세대 앞서 공동 기자회견
국내 시민단체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대학 내에 설치된 차하얼연구소 해체를 요구했다.
시민단체 ‘CCP(중국공산당)아웃’,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공실본)은 이날 ‘연세대학교는 중국공산당의 숙주(宿主)가 되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차하얼연구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학 측에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차아얼학회는 일반에 생소하지만 국내 정재계·문화계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단체이다. 대외적으로는 공공외교를 위한 연구기관을 표방하고 있으나, “각국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통일전선공작 조직”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이 조직은 지난 2010년부터 미국에서도 현지 언론과 손잡고 ‘차하얼 공공외교 연례 회의’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연세대와 협력해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내에 ‘연세-차하얼연구소’를 설립했다.
‘중국 고위층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를 표방하며 각국 고위층을 상대로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 전부터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 공작인 ‘일대일로 프로젝트’과 관련성이 지목됐다. 학회 산화 국가정보센터는 지난 2017년 ‘일대일로 빅데이터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산당의 영향력을 각국으로 역수출하는 기관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CCP아웃·공실본은 이날 성명에서 “차하얼학회가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며 월간조선 8월호에 실린 김상순 박사와의 인터뷰를 거론했다.
이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위원으로 재직해 온 김 박사는 그해 2월 차하얼학회 한팡밍(韓方明) 회장으로부터 “대선자금은 얼마든지 주겠다”며 당시 대선에 출마한 한 후보에게 접근했고 5월 해당 후보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었다.
차하얼학회를 설립부터 주도한 한팡밍 회장은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지냈으며 외사위원회 부주임, 공공외교소조 조장 등을 맡았던 중국의 유력 정치인이다.
CCP아웃·공실본은 한국 정부가 2017년 중국 공산당에 약속했다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1한’도 차하얼학회의 이러한 한국 정치 개입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3불(不)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불참하며, 한·미·일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1한(限)은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사드 3불1한’을 선서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2022년 8월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1한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팡밍 회장이 이러한 한중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그는 한국 정치권 인사들과 자주 만나며 중국과 협력 관계를 맺도록 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그리고 한국 대선과 사드 배치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다음 해인 2018년 2월 한팡밍 회장은 ‘한중 우호 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수교훈장 흥인장’을 수상했다. 이 상은 5등급의 수교훈장 중 두 번째 등급이다.
연세대, 2013년 공자학원 이어 2019년 차하얼연구소 설치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중국 언어·문화 교육기관이라고 각국에 설립한 ‘공자학원’이 학생들을 겨냥한 통일전선공작 기관이라면, ‘차하얼학회’는 사회 고위층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전선공작 기관이라고 분석한다.
월간조선은 9월호에 게재한 현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위원 김상순 박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고위층과 중국을 연결하는 박사급 브로커가 있다”며 “접촉 어려운 중국 측 관리, 정부 인사, 유명 학자를 찾을 때 차하얼학회를 통하면 착착 연결된다”고 차하얼학회 행사 참석 학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에 따른다면, 지난 2013년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2019년 차하얼연구소까지 서울 한복판에 세워준 연세대는 “중국 공산당의 숙주가 되었다”는 게 CCP아웃과 공실본의 비판이다.
두 단체는 성명에서 “학교를 세운 지 120년이 넘는 연세대학교는 스스로 ‘그동안 조국의 자주화와 근대화를, 민족의 독립과 문명화를, 그리고 민주국가와 근대사회의 건설을 위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 왔다’고 자랑한다”며 “그러나 오늘의 연세대학교는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가꾸고 지켜온 빛나는 전통을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세대 학교 당국, 대학교수 그리고 동문들과 재학생들에게 맹성(猛省·매우 깊은 반성)을 촉구”하며, 즉각 중국공산당과 관련된 시설을 철거하고 조직을 해체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