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놓고 ‘꼬꼬무’ 연출하는 與野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 이런 걸 말하는 듯싶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가 12일 언급한 발언이다. 이처럼 여야의 주요 정치인들은 여야의정 협의체의 출범 시기 및 주체, 의미 등을 놓고 각각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주요 의사단체의 참여를 ‘협의체 출범 조건’으로 내놓은 데 대해 반발했고, 민주당 역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내 의정활동의 우선 순서를 ‘여야의정 협의체’로 밝힌 데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측 발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위 ‘꼬꼬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12일 경기도 안성 농협안성물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조건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는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속히 출범해야 한다. 추석 전에 (여야의정) 모두 모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여당은 일부 의료단체가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추석 전에 (협의체를) 출범시키자고 제안하지만, 현재까지 대표성이 있는 의료단체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와 만나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의료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와야 갈등이 해소된다”며 “헌데 정확한 단체 이름을 전달 못 하는 단체가 들어와서 논의할지언정 대표성이 부족하면 갈등 해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민주당에서는 지난 11일 우원식 의장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관련해 입법 행보와 연계해 언급한 발언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조정회의 당시 “여야의정 협의체와 국회 입법을 연계한 것은 참으로 뜻밖”이라며 “(여야의정협의체와 입법 현안은) 각각 별개의 프로세스로 진행될 사안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우원식 의장이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일부 쟁점 법안은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하도록 여야가 협의하길 바란다”며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에 집중할 때다. 당면 최대 위기인 의정 갈등 해결이 우선”이라고 중재한 데 따른 반박 성격이 짙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국민의힘 주도로 진행될 여야의정 협의체는 12일 출범할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견을 보임에 따라 출범 시기는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주체는 여당과 야당, 의료계와 정부다.
정부는 여야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자 신속한 출범을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추석 연휴 응급의료 브리핑을 열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관련) 의료계 일부만 참여하도록 일단 (협의체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체계 점검 후 “의료 붕괴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약 8000개 당직 병·의원과 150여 개 분만 병원이 개방된다. 대한민국의 의료는 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