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이중 국적자, 지난해 보석 석방 후 도주
중국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작년에 기소된 후 보석 상태에서 도주한 미국 싱크탱크의 책임자가 다시 체포됐다고 미국 연방 검찰이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사건의 주인공은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세계안보분석연구소(Institute for the Analysis of Global Security)’의 공동 소장 갤 루프트(Gal Luft·58)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갤 루프트는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이다. 지난해 2월 17일 무기 밀매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키프로스에서 체포된 그는 보석으로 풀려난 후 3월 28일에 실종됐다. 인터풀 당국은 그가 다른 곳으로 도주해 은신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10일, 미국 법무부는 2022년 11월에 작성한 루프트 체포 기소장을 공개했다(기소장 보기).
법무부는 루프트가 수년에 걸친 다수의 국제 범죄 계획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관의 외국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외국 대리인 등록법’에 따라 등록하지 않은 혐의, 불법 무기 밀매 혐의, 미국 연방 요원에게 허위 진술을 한 혐의, 이란에 대한 무역 제재를 위반한 혐의 등 8가지 혐의를 나열했다.
루프트는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화신에너지(中國華信能源) 산하 홍콩 소재 비정부기구 중국에너지기금위원회(CEFC)의 책임자와 연간 35만 달러(약 4억7000만원) 상당의 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중국화신에너지는 2020년에 파산을 선언한 후 현재 사라진 상태다.
미국 정부는 루프트가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고문이었던 전직 미국 고위 관리에게 중국에 대한 특정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도록 비밀리에 채용하고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무부는 기소장에서 루프트가 CEFC 대표와 동일 미국 관리 사이에서 이른바 ‘서면 대화’가 이뤄지도록 주선한 후, 대화 내용을 중국 온라인 미디어에 게시하고 여러 미국 대학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루프트는 또 중국 기업의 리비아, 케냐,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불법 무기 판매를 중개했다. 그는 리비아에 대전차 발사기, 유탄 발사기, 박격포탄을 판매하고, 아랍에미리트에 공중 폭탄과 로켓을 판매하고, 케냐에 무인 항공기를 판매하려고 시도했다. 이란산 석유 거래를 중개하기 위해 직원에게 이란산 석유를 브라질산이라고 말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또 기소장에서 “루프트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와 국제긴급경제권법을 위반했다”며 “석유 거래를 논의할 목적으로 이란 대표와 중국화신에너지 측의 회의를 주선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검찰은 이번에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갤 루프트를 재체포한 시기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그를 몇 주에서 몇 달 안에 미국으로 인도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루프트는 이후 뉴욕 남부 지방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에포크타임스는 루프트가 몸담고 있었던 세계안보분석연구소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루프트는 지난해 2월 체포된 다음 날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자신에 대한 기소에는 이른바 ‘정치적 동기’가 작동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