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간첩 혐의’ 필리핀 전 시장, 해외도피 조력자는 중국인

강우찬
2024년 09월 11일 오후 6:19 업데이트: 2024년 09월 11일 오후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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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상원, 체포한 궈화핑 청문회…해외도피 조력자 정체도 추궁
상원의장 “조력자, 도미니카 공화국 등 5개국 여권 소지한 중국인”

해외 도주했다가 붙잡힌 필리핀 전 시장 앨리스 궈(중국명 궈화핑·35)의 도피를 도운 인물이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서는 궈화핑이 출석한 가운데 중국 간첩 혐의를 밝혀내려는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필리핀인이라는 거짓말이 들통난 중국 국적의 궈화핑은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온 간첩 혐의로 추궁을 당하던 지난 7월, 의회의 출석 요구를 불응하다가 은밀히 필리핀을 탈출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이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경찰 당국에 체포돼 필리핀으로 송환됐다.

궈화핑은 지방 소도시인 밤반시 시장 재직 시절,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포고(POGO)’가 시장실 바로 뒤쪽에 위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 범죄조직과 유착 논란을 빚었다.

필리핀 당국은 궈화핑이 단순히 장소만 대여한 것이 아니라 돈세탁, 인신매매 등에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궈화핑은 13세 때 중국 입국 시 사용한 여권에 찍힌 지문이 일치한다는 점이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에 의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궈화핑이 아닌 앨리스 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궈화핑은 자신의 중국 여권을 보여주며 ‘여권에 있는 인물과 동일인이냐’는 물음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청문회에서는 지난 7월 그녀의 필리핀 탈출을 도운 인물의 정체도 관심을 모았다. 해당 인물의 정체를 묻는 질문에 궈화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대신 종이에 이름을 써서 제출했다.

이 인물의 정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임시 상원의장 징고이 에스트라다 의원은 해당 인물이 카리브해 제도의 섬나라인 세인트키츠 네비츠, 중국, 키프로스, 도미니카 공화국, 캄보디아 여권을 보유한 중국인으로 현재 대만에 체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 궈화핑은 침착한 모습으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수사당국 출신의 필리핀 상원의원 판필로 락손 의원은 현지 언론에 “청문회에서 궈화핑의 모습으로 볼 때, 훈련받은 외국 스파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