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소비 촉진 정책으로 ‘이구환신(以舊換新)’을 내놓고 외국 기업 붙잡기에 나선 가운데, 관영매체와 재계의 엇갈린 발표가 눈에 띈다.
공산당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8일 ‘장춘성 지린성에서 ‘9·8 소비자 축제’가 공식 개막했다며 중고 제품을 새 제품으로 대체 구매할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 정책 시행을 알렸다.
기사에서는 1만8천 위안(약 339만원)짜리 텔레비전을 정부 보조금을 받아 1만2천 위안(약 226만원)에 구매했다는 한 시민 사례를 전하며 창춘시의 한 가전제품 매장이 정부 정책 시행 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신화통신(신화망) 한국어판에도 ‘지린성의 이구환신 정책으로 가전제품 소비가 활황’이라는 식의 제목으로 다음 날인 9일 실렸다.
이구환신은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현재 자동차, 가전 등 소비재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노후한 생산설비를 새 것으로 바꿀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중국의 내수 촉진 정책 명칭으로 쓰인다.
올해 3월 중국 국무원이 ‘대규모 설비 교체와 및 소비재 이구환신 추진 행동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행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이 방안은 크게 설비 교체와 소비재 구매로 나뉜다. 소비재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기본 16종 가전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2등급 이상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새 제품 구매 시 1건당 최대 2천 위안(약 37만원)을 지급한다.
지역이나 판매처에 따라 할인이나 보조금 액수, 지급 횟수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신화통신 기사에서는 보조금이 6천 위안(약 110만원)으로 정부 발표안의 3배에 달했다. 정부 보조금 외에 판매업체 자체 보조금과 보상판매 등이 결합된 결과라는 게 기사에 담긴 설명이다.
자동차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 이하 내연기관차를 폐기하고 새 차로 교체할 때 보조금이 주어진다. 새 차가 내연기관차이면 대당 1만5천 위안(약 280만원), 전기차라면 대당 2만 위안(약 380만원)이다.
차량 교체를 위한 보조금 재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6대 4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지역에 따라 조절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중앙정부 재정보조금 예산을 64억4천만 위안(약 1조2천억원) 배정하기로 했다.
설비의 경우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기간산업 설비의 업그레이드가 중점이다. 지역 상황에 따라 농업, 관광, 의료는 물론 노후 엘리베이터나 수도·가스관 교체도 포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는 지난 몇 달간 설비 교체에 관한 세부 규정을 발표해왔다. 광둥성은 노후 농기계 교체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랴오닝성은 산업 분야 에너지 절약 및 저탄소를 위한 설비교체금 15%를 지원한다.
중국승용차협회 “자동차 판매 5개월 연속 줄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표정은 대조적이다. 9일 중국승용차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승용차 판매량은 192만 대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8월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이는 7월의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보다는 감소 폭이 줄어든 것이다. 다만, 올해 1~8월 누적 승용차 판매 대수는 1347만 7천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전체 승용차 판매 중 신에너지차의 8월 판매량은 103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2% 급증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3.5%를 차지했다. 또한 중국의 8월 자동차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주 별도 발표에서 중국 국내 승용차 판매 실적은 소비자의 신뢰 하락을 나타냈으며 생애 첫 자동차 구매가 보상판매보다 적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국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구환신 정책의 효과가 신에너지차에 국한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판매업자들의 전망이 밝지는 못하다고 미국의소리(VOA)는 전했다. 신에너지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딜러협회(CADA)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동차 딜러사 절반 이상이 손실을 입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다. 중국 2위 딜러사인 차이나 그랜드는 주가 하락을 거듭하다가 지난 8월 상장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