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캠프, 대선 TV토론 이틀 앞두고 정책 홍보 페이지 개설
지난 8월 주요 언론의 대대적인 지원 사격을 받았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9월 들어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이 1695명을 대상으로 3~6일 실시한 전화 조사에서 ‘오늘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을 찍겠다는 응답은 47%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게 뒤처졌다.
이는 NYT-시에나대가 지난 7월 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때와 비슷한 수치다. 해리스가 후보 지명 후 CNN과 첫 언론 인터뷰, 전당대회를 거쳤지만 한 달 만에 지지율이 ‘리셋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해리스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는 응답은 28%로 트럼프(9%)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대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아직 유권자 10명 중 3명은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이나 정치인으로서의 역량 등을 잘 모른다는 의미다.
응답자 47%가 해리스 부통령이 ‘너무 진보적’이라고 대답한 점도 해리스 측이 풀어야 할 숙제다. 같은 질문에서 트럼프가 ‘너무 보수적’이라는 응답은 32%로 15%포인트 이상 낮았다.
선거 후 진보, 보수로 양분된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할 대통령 후보로서는 정치적 입장이 보다 중도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는 해리스가 최근 주요 정책 이슈에서 ‘우클릭’을 해온 이유로 풀이된다. 언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이민정책(국경문제), 환경, 의료보험 등 4~9개 이슈에서 입장이 바뀌었거나 불분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좌파 인사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도 8일 NBC 뉴스에 출연해 환경문제(셰일가스 추출법), 의료보험 이슈와 관련한 해리스의 입장 변화를 “선거 승리를 위한 일”이라고 옹호했다.
정책 이슈별로는 해리스는 낙태, 민주주의 등의 측면에서 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경제와 이민 문제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경제 분야에서 13%포인트 우위를 점했고, 해리스는 낙태권 보장에서 15%포인트 앞섰다. 특히 낙태권 보장은 지난 수년간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는 점에서 10일 예정된 대선 TV토론에서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 트럼프 어느 쪽이 승자가 되든 향후 국정 운영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열 중 일곱 명이 미국의 앞날을 어둡게 전망하는 상황이다.
한편, 해리스 캠프는 ‘해리스에 관해 잘 모른다’는 응답이 30% 가까이 나온 이번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수시간 만인 8일 저녁 공식 웹사이트에 정책 홍보 페이지를 추가했다.
대선 토론을 이틀 앞둔 시점에 공개된 이번 홍보 페이지는 ‘새롭게 나아갈 길(A New Way Forward)’이라는 제목 아래 ‘기회 경제’, ‘기본적 자유 보호’, ‘모두의 안전 및 정의 보장’, ‘미국의 안전과 번영 유지’ 등 주요 정책을 소개했다.
이 정책 홍보 페이지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주도해 이른바 ‘트럼프 공약집’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2025’와 각 항목을 비교한 것이 특징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캠프는 그동안 세부 공약을 공개하지 않아 공화당 측으로부터 ‘실체가 없는 유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으나, 이번 정책 공개로 유권자들에게 더 자세한 공약을 알릴 수 있게 됐다.
* 이 기사는 에멜 아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