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의 해리스 지지 선언 이틀 만에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도 비판…“당파보다 국가”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83세 고령의 체니는 공화당 출신 인사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 있다.
체니 전 부통령은 6일(현지시각) “시민으로서 우리는 각자의 당파성보다는 국가를 우선시하고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며 “그래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이는 2022년 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의 재선 도전을 지지하며 밝힌 성명에도 실렸던 내용이다.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이 해리스 지지를 밝힌 바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발언은 그후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재임 기간이었던 2021년 1월 6일 의회 습격 사건이 발생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폭력 선동’ 혐의를 두고 조사를 추진한 공화당 측 의원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이번에 해리스에 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도 “(나는) 보수주의자로서, 헌법을 믿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심사숙고해 왔다”며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캠프 “환영”…트럼프 “전쟁·예산낭비에 일조한 관료”
딕 체니 전 부통령은 40대부터 심장질환을 앓아왔으며 2012년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 대외적인 행보를 거의 하지 않아 왔다.
이틀 전 딸의 ‘해리스 지지’ 선언에 맞춰 자신도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것이 대중의 이목을 끈, 몇 안 되는 행동 중 하나다.
해리스 캠프는 공화당 소속 전직 부통령의 민주당 후보 지지를 환영했다.
해리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젠 오말리 딜런은 7일 성명을 내고 “(해리스) 부통령은 체니 (전) 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당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그의 용기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체니는) 터무니없는 전쟁을 끝없이 일으키고 수조 달러를 낭비한” 행정부의 일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평화의 대통령”이라며 “오직 나만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다”고 썼다.
지금은 공화당의 대표적인 인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지만, 2016년 대선 출마 이전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한동안 트럼프는 공화당 내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자신은 ‘새로운 전쟁을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2009~2017년 8년간 민주당 행정부를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7개 지역에서 8개 군사 작전을 승인했으며,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는 3개의 전쟁을 후임 정권에 물려줬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5월 기사에서 “두 번의 임기 내내 미군이 전쟁을 계속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전쟁을 수행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부통령, 잇따라 특정 후보 지지·반대 선언
한편,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재임 기간 대통령을 맡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2024년 대선과 관련해 어느 후보에 관해서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 측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그(부시 전 대통령)는 수년 전 대선 정치에서 은퇴했다”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으나, 부시 측은 은퇴한 대통령으로서 대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모두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모두 민주당 소속 전직 대통령들이다.
공화당 소속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직했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다수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