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반기 약국 1만5천개 폐업…절반 가량 적자 영업

강우찬
2024년 09월 09일 오후 3:03 업데이트: 2024년 09월 09일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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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70만개 난립, 밀크티 매장보다 많아…“적자 지속되면 연말까지 30만개 사라질 것”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진 가운데 다양한 산업 분야로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요식업체 침체에 이어 약국 폐업 추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지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A주(내국인 전용) 상장사 기준으로 약국체인 8개 업체 중 5곳이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서 지배지분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수위핑민(漱玉平民)이 전년 동기 대비 82.6% 급감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이어 젠즈자(健之佳), 이신탕(一心堂), 다션린(大參林), 라오바이싱(老百姓)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0.23%, 44.13%, 28.32%, 2.05% 감소했다.

수위핑민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48억1800만 위안(약 9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8% 증가했지만 지배지분순이익은 2419만 위안(약 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6% 줄어들었다.

이신탕은 상반기 매출이 93억 5천만 위안(약 1조76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26%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2억8200만 위안(약 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13% 감소했다.

순익 감소와 맞물려 5대 업체들의 폐점 점포 수도 증가했다. 다션린의 올해 상반기 폐점 점포 수는 218개로 전년 동기 108개에서 두 배로 늘어났다. 이신탕도 149개로 전년 동기 65개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

중국의 의약업계 데이터 분석 업체인 중캉커지(中康科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전국에서 문 닫은 약국은 총 1만5570개로 1분기 6778개, 2분기 8792개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약국 업황 부진의 이유로는 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경쟁 심화가 꼽힌다. 광둥성에서 체인점이 아닌 일반 약국을 운영하는 샤오모씨는 NTD 방송에 “주변에 약국 5개가 영업 중”이라며 “약국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장쑤성 병원 직원인 천모씨는 “약국이 너무 늘어나 문 닫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전에 1곳 있던 거리에 최근에 10개가 들어섰다. 이렇게 약이 많이 팔린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전보다 사람들의 씀씀이가 줄었다. 먹던 약도 줄이는 판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의료보험은 직장가입자의 경우 회사가 낸 보험료는 사회통합기금으로 입금되지만, 개인 납부금은 개인계좌에 적립돼 당사자와 배우자, 부모, 자녀 의료비로 쓰인다. 자신의 의료보험개인계좌에 남은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중국 국가의료보험국의 2023년 의료보험 통계공고에 따르면, 같은 해 중국 의료보험개인계좌 납입 총액은 6351억 위안(약 119조 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2억 위안(약 24조 1억원) 감소했다. 전년보다 납입금이 16%나 감소한 것이다.

개인계좌 납입금에 의존하는 약국일수록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캉커지 자료에서는 올해 상반기 약국들의 방문객 1인당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약국 1만5천 개 이상이 폐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국 업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약국업이 태양광 업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경예안(財經銳眼)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경제 전문 블로거는 “최근 중국의 약국 증가는 태양광 업체들의 생산 능력 확장 광기와 비슷하다”며 “태양광 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과 같은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태양광 업체들이 세계적인 태양광 장비 수요와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발맞춰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이로 인해 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이 가열되면서 이익이 급감했고 주식 시장에서도 태양광 업체들의 주가 폭락이 이어졌다.

약국업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중국의 주요 약국체인 업체들은 2018년부터 점포 수 확대 경쟁을 펼쳤다. 라오바이싱, 다션린, 이신탕 등 주요 업체들이 모두 전국에 1만 개 이상 점포를 보유한 이른바 ‘체인약국 1만 개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묻지 마 확장으로 인해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약국 수는 66만 7천 개로 중국에서도 ‘넘치도록 많다’는 평가를 받는 밀크티 매장보다 20만 개 더 많을 정도로 늘어났다.

재경예안은 이러한 수치를 언급하며 “동종업체 난립으로 중국의 약국 산업은 명백한 과잉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최대 30만 곳이 폐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경예안은 중국 현지 약국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전국 70만 개 약국 중 약 45%가 올해 1~5월 적자 운영을 해온 것으로 집계됐다”며 “3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경우 약국 수가 40만 개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에이킨 경영대학원의 중국 경제 전문가인 셰톈(프랭크 셰) 교수는 “중국에 약국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제약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자 약국체인을 일종의 투자상품으로 삼아 판매한 사례도 등장하며 투자 과열이 일어났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