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中인민은행 총재 “중국, 디플레이션 직면” 인정

강우찬
2024년 09월 7일 오후 2:52 업데이트: 2024년 09월 7일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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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디플레이션’은 사실상 금기어…中 경제 유력인사, 이례적 시인

중국 전 중앙은행 총재가 중국 경제가 내수 부진으로 디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고 시인했다.

6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이강(易綱) 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서밋에 패널로 참석해 “(중국은) 지금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경제 분야의 유력 인사가 디플레이션을 인정한 이례적인 사례다. 이강은 2023년 7월, 5년 이상 재직했던 인민은행 총재직을 사임한 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상무위원으로 재임하며 중국 경제 분야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4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수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내수 소비 부진이 지속됐지만, 중국 경제 분야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

경제에 관한 비관적 견해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분위기 속에서 ‘디플레이션’이란 용어가 본토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의 ‘기피 단어’가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강 전 총재는 “중국이 내수 부진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소비와 투자 측면에 문제가 있어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신중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향후 몇 분기 내에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를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중국 경제의) 회복이 진행 중이지만 그 속도가 비교적 느리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마이너스에서 제로(0)로 전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외 언론에서는 중국 경제와 관련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주로 해외에 보도되고 있으나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인한 기업의 이윤 축소, 근로자 임금 삭감, 투자자와 소비자 신뢰 약화도 쉽지 않은 어려움으로 꼽힌다.

재미 중국 정치경제 평론가 친펑은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중국의 관변 경제 전문가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디플레이션을 더 감출 수 없어 전직 경제 관료를 통해 조금씩 실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친펑은 “내수, 즉 소비 지출이 생산을 촉진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기업의 폐업 사태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경제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된다”고 전망했다.

시사 평론가 탕징위안은 “소비가 촉진되지 않는 것은 중산층과 고소득층 모두 수입 감소와 함께 중국 경제의 미래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면서 지출을 아껴 어려운 시기를 대비하기 때문”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총 폐업 음식점 수와 비슷한 106만 곳이 문 닫았다”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157년 역사의 오리구이 체인점 취안쥐더(全聚德)가 4년 연속 거액의 적자를 내고 있는데, 젊은층의 기호 변화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베이징시 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의 연매출 200만 위안(약 3억 8천만원) 이상 요식업체의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8 % 급감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이익률도 0.37%까지 떨어졌다.

상하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하이의 연매출 200만 위안 이상 요식업체들은 상반기에 순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총 7억7천만 위안(약 1440억원)의 손실을 봤다.

대만 언론들은 본토 민간 분석업체들의 자료를 인용해 실제 상황은 더 나쁠 수 있다며 소비 부진 외에도 임대 비용 및 인건비 상승, 생존 경쟁 심화로 1선 도시 요식업계의 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