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백로(白露)’ 노력의 결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계절

연유선 객원기자
2024년 09월 07일 오전 8:30 업데이트: 2024년 09월 07일 오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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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 백로(白露)입니다.

백로의 뜻은 ‘흰 이슬’입니다.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기 때문입니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侯)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습니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선선한 날씨가 계속됩니다. 특히 추석 무렵으로, 만곡이 무르익습니다.

이따금 태풍으로 인해 벼포기가 쓰러지거나 해안 지방에서는 해일로 인해 농작물이 해를 입기도 한다는데요.

날씨에 민감한 농민들은 한 해 쌀농사가 잘되려면 백로 전에 벼가 여물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서리가 내리면 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지므로 백로가 지나서 여문 벼는 열매를 맺기 어려워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바람이 불면 벼농사에 해가 많다고 여기며, 비록 벼가 여물지라도 색깔이 검게 된다고 합니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간혹 7월 말에 들기도 하는데요.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되고,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이라고 합니다.

백로에는 이삭이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백로가 지나서는 논에 가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백로 아침에 팬 벼는 먹고 저녁에 팬 벼는 못 먹는다’라며 그만큼 백로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겼습니다.

백로에서 추석까지의 열흘 정도를 ‘포도순절(葡萄殉節)’, 즉 포도의 계절이라 부릅니다. 처음 수확한 포도는 사당에 올리고, 그 집안 맏며느리는 포도 한 송이를 통째 먹어 가문과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우리 노력의 결실도 한가득 여물기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