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만난 최태원…與 ‘반도체’, 野 ‘클러스터’ 협력 강조 

박요한 객원기자
2024년 09월 5일 오후 8:20 업데이트: 2024년 09월 6일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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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5일 국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차례로 만나 반도체 및 AI(인공지능) 산업을 주제로 포괄적인 논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최태원 회장에게 ‘반도체 협력’을, 더불어민주당은 ‘클러스터(산업단지) 협력’을 각각 강조하기도 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태원 회장을 만나 “우리 국민의힘은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우상향 성장을 추구하는 정치를 한다”며 “물론 그 과정에서 격차 해소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겠다. 결국 대한민국은 상공인들이 여기까지 만들어 낸 나라”라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재차 “저희 정치는 상공인들의 창의성이 발현되고 세계 속에 성공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며 “특히 반도체 산업과 같은,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산업 영역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정부 초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저희가 정책을 하는 데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대항전은 상당히 치열하고 에너지·탄소중립 문제도 따라오고 있다”며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고 국회에서도 힘을 보태주면 더 강한 팀이 돼 올림픽 선수처럼 국가 대항전에서 메달을 따 올 수 있다. 그렇게 되도록 기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최태원 회장은 한동훈 대표와의 비공개 접견에선 “국가 차원의 AI 전략이 부족한 상황이라 AI 기본법 통과가 시급하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AI 인프라가 매우 필요하니 국회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도 요청했다.

한동훈 대표와 최태원 회장 간 만남에 산업계는 국민의힘 강령 중 ‘과학기술 기반 융합 산업발전’ 목차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령을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긱 경제(Gig Economy)’ ‘플랫폼 경제’ ‘공유경제’ ‘온 디맨드 경제’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언급한 ‘국가 차원의 AI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예방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과 인사한 뒤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태원 회장을 만나 ‘클러스터 협력’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태원 회장과 만나 “제가 최근에 뭐니 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는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며 “그리고 그 ‘먹고사는 문제’ 소위 민생 문제의 핵심은 역시 경제고, 경제 문제의 핵심은 기업 활동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경기도지사 하고 있을 때 특히 SK 그룹은 특별한 인연이 좀 있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속하게 자리 잡도록 지원도 해드리고 협력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가 최태원 회장을 만나 언급한 ‘먹고사는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민생 비전인 ‘먹사니즘’을 강조한 것이라는 게 민주당 측 전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먹사니즘’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비전인 점에서 자주 거론될 수밖에 없다”며 “최태원 회장을 만나서도 ‘먹고사는 문제’를 언급한 점 역시 ‘먹사니즘’ 비전을 산업계와 융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