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밀요원 혐의 린다 쑨, 어떤 활동 벌였나…친중·친공 공작 민낯

강우찬
2024년 09월 5일 오후 3:10 업데이트: 2024년 09월 5일 오후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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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간 뉴욕주 공무원으로 일하며 전 주지사 비서실장까지 올랐던 중국계 여성 린다 쑨이 중국 공산당 비밀 요원으로 FBI에 체포됐다.
  •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린다 쑨은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중국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뉴욕주 고위 공직사회에서 암약했다.
  • 그녀는 남편이 벌이는 사업체를 통해 중국 측으로부터 중국 사업 기회와 이익을 은밀히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주 정부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며 주지사 비서실장까지 올랐던 중국계 여성이 중국 공산당 간첩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일 미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뉴욕주 정부 소속 공무원 린다 쑨(40)을 체포해 중국 정부의 미등록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서는 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인물은 반드시 정부기관에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활동 내역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린다 쑨의 혐의는 간첩 혐의에만 그치지 않는다. 비자 사기, 자금 세탁 등 10여 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주지사 서명을 위조해 공식 문서를 발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의 사업체 통해 중국으로부터 거액 받아 호화생활

FBI는 공소장에서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했다. 특히 린다 쑨이 중국 공산당을 위해 활동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크리스티 커티스 FBI 부국장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뉴욕주 직원인 린다 쑨은 중국 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했다”며 “쑨은 (뉴욕주) 최고위층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은밀히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추구했으며, 미국의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현지 중국계 인사들을 포섭하는 수법이 나타났다. 공산당은 중국 정부 관리, 현지 중국 외교관을 통해 린다 쑨에게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그녀가 아니라 사업가인 남편을 통해 거액의 이익을 제공했다.

중국에 있는 린다 쑨의 사촌 등 젊은 친척들도 특혜를 받았다. 중국의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린다 쑨의 어머니는 뉴욕 주재 중국 영사관의 최고 쉐프가 준비한 고급 요리를 대접받기도 했다.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은 간첩 활동을 벌이고 받은 돈으로 뉴욕 롱아일랜드의 부유한 지역에 410만 달러(약 54억원) 저택, 하와이 호놀룰루에 210만 달러(약 28억원) 아파트를 구입했다. 올해에는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도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5세 때 이민, 중국계 의원 보좌관으로 뉴욕 정계와 인연

린다 쑨은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왔으며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2009년 뉴욕주의회의 중국계 멍자오원 하원의원의 선임보과관으로 발탁되며 정계에 발을 걸쳤다.

이후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 정부에서 주로 중국·아시아 관련 업무를 맡으며 승진 가도를 달렸다. 주지사실 아시아 담당국장, 주국무부 다양성 담당 국장, 재무부 다양성 담당 부국장 및 이사를 거쳤다.

후임 캐시 호컬 주지사가 부임한 2021년에는 선임보좌관, 뉴욕주 노동부 전략사업개발 담당 부국장을 맡으며 14년에 걸친 공직 생활 중 최고위직에 올랐으나 지난해 3월 부정행위가 드러나 해고되면서 린다 쑨의 커리어도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비밀요원 혐의로 체포된 린다 쑨이 2019년 7월 11일 당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뉴욕 방문에 맞춰 현지 친공산당 단체의 항의 집회에 참석했다. | 뉴욕 동부연방지검 제공

대만 측의 주지사실 접근 막고, 중국엔 주지사 서명 위조해 초청장

린다 쑨은 현직 시절, 중국 관리와 자주 만났다. 공소장에는 그녀가 2021년 1월 만난 중국 관리와 영사관 소속 외교관이 ‘정치인 ‘1, ‘정치인2’ 등 일련번호로만 표기됐다.

이런 만남은 그녀 자신은 물론 주지사가 중국에 편향된 행보를 보인 이유를 설명한다.

린다 쑨은 대만 공무원들이 뉴욕 주지사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한편, 주지사가 중국 및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기존 입장을 바꾸거나 호의적인 평가를 하도록 했다.

주지사 허가 없이 중국 관리를 위해 초대장을 발급하고 주지사 서명이 담긴 추천서를 내줬다. 이러한 허위 초대장을 이용해 중국 관리들은 미국 입국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뉴욕을 방문해 ‘자매도시 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린다 쑨에게 비자 사기 혐의가 적용된 이유다.

또한 린다 쑨은 2023년 뉴욕주 노동부 부국장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부국장 신분을 사칭, 뉴욕주 아시아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해 노동부로부터 경고 및 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에 관해 린다 쑨 측은 개인 신분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접 친공 단체 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녀는 2019년 7월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남미 순방길에 경유 형식으로 뉴욕을 방문할 당시 친공 화교단체가 주최한 차이잉원 반대 집회에 참석한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이 사진은 뉴욕 검찰에 의해 일반에 공개됐다. 미국의 공무원이 관계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외국 정권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 증거물의 하나로 여겨진다.

이 밖에도 린다 쑨은 호컬 주지사의 연설문을 중국 관리들에게 먼저 살펴보도록 해,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관련 내용을 들어내는 등 주지사의 발언을 중국 입맛에 맞게 검열한 것으로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