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100일 맞아 현지 언론과 단독 인터뷰…中 공산당의 대만 침공 위협 거론
- “대만 침공은 영토 완전성 회복을 위한 목적이라는 中 공산당 주은 변명…국제사회 패권 장악 야욕”
- “영토 회복 원한다면, 중국에 의존하는 러시아에는 아무런 요구 안 하나”라며 영토 넘긴 과거사 지적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 공산당(중공)의 대만 침공 정당화 시도에 일침을 가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대만 침공 목적이 “영토의 완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거 러시아에 넘긴 땅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느냐며 중공의 약점을 찌른 것이다.
한국에서는 라이칭더 총통의 인터뷰와 관련해 중공의 대만 침공 목적이 세계 패권 장악 시도라고 비판한 대목이 주로 보도되고 있으나, 중화권에서는 연일 이 발언이 화제다. 로이터 등 외신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대만 총통이 중공의 영토 이양 문제를 정면 거론하고 나서면서 이미 경제 침체로 민심을 잃고 있는 중공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은 중국인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라이칭더 “중공, 러시아의 중국 영토 점령엔 침묵”
라이칭더 총통은 지난 1일 중화민국 총통 취임 100일을 맞아 녠다이(年代) TV 방송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에서 라이칭더 총통은 중공의 대만 침공은 특정한 개인이나 정당의 발언 혹은 행동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진당의 독립 노선 때문에, 중공이 침공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대만 일각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화제가 된 발언은 그 이후에 나왔다. 라이칭더는 “중국이 대만을 합병하려는 이유는 영토의 완전성을 위해서가 아니며, 국제사회 또는 서태평양에서 패권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정말로 중국의 영토 완전성을 위한 것이라면 러시아가 ‘아이훈(愛琿) 조약’으로 점령한 (중국의) 영토를 되찾는 것이 낫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라이칭더는 “지금은 러시아가 가장 약할 때다. 청나라 시절에 맺은 아이훈 조약에 관해 현재의 중국이라면 러시아에 (영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되찾을 생각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공의 대만 침공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변경하기 위한 목적이라고도 했다. 중공이 대만과 대만해협을 장악하면 한국, 일본 등이 속한 동아시아의 판세가 중공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간다. 특히 국가 전체 물동량의 40% 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공에 절대적인 ‘을’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라이칭더는 “단지 대만만 점령하겠다면…러시아와 합동군사훈련을 할 필요도 없다”며 양안의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중화민국, 대만의 주권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공의 이중적 태도 드러낸 강력한 반격” 언론계
중국 톈진 출신의 일본인 2세로 산케이 신문의 베이징 특파원, 외신부 차장을 거쳐 현재 타이베이 지국장을 맡고 있는 언론인 겸 정치 평론가 야이타 아키오(矢板明夫·51)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칭더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아키오는 “러시아는 전쟁을 거치며 국력이 쇠퇴했다. 중국이 영토를 되찾고 싶다면 지금이 좋은 기회”라며 “(하지만) 중국은 아무런 요구도 없이 러시아에 대량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중공의 대러 정책을 비판했다.
1858년 9월 체결된 아이훈 조약은 청나라가 러시아 제국에 한반도 면적 3배가 넘는 광활한 영토를 넘긴 불평등 조약이다. 청나라는 2년 뒤 베이징 조약을 통해 아이훈 조약을 거듭 확인했으며 연해주마저 러시아에 내줘 동해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
아이훈 조약은 청나라 시절의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1949년 집권한 중공은 “이전 정부가 체결한 어떠한 불평등 조약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를 바탕으로 1842년 영국에 할양됐던 홍콩을 1997년 반환받은 바 있다.
언론인 아키오는 “중공은 일련의 불평등 조약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왔다”며 “러시아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약한 모습이었다. 영토 반환을 언급하기는커녕 장쩌민 정권이 1990년대 러시아에 많은 영토를 추가로 이양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논평했다.
1990년대에도 영토 추가 이양…강약약강 중공
‘이 조약’은 국제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민일보 1999년 12월 11일 자에 간략한 내용이 담겨져 기록으로 남았다. 이에 따르면 장쩌민은 1999년 12월 9~10일, 베이징을 방문한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중러 국경 동서부 서술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했다.
장쩌민은 이 조약을 통해 100만 평방킬로미터 이상의 영토를 러시아에 이양했다. 동북 3성 전체와 맞먹는, 대만의 수십 배 규모에 달하는 토지로 불모지가 아니라 다양한 산림 및 농수산 자원을 보유한 영토였다.
본지가 발간한 ‘장쩌민 실체(江澤民其人)’에는 그 배경이 잘 설명돼 있다. 장쩌민은 권좌에 오르는 과정에서 구소련 비밀경찰조직 KGB의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비밀이 폭로돼 ‘매국노’로 권력을 잃고 비참한 종말을 맞을까 걱정됐던 장쩌민은 재임 기간 러시아에 저자세를 유지했다.
아키오는 “라이 총통이 말했듯이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공의 야욕은 소위 ‘영토의 완전성 회복’이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바꾸고 국제적으로 또는 서태평양에서 패권을 획득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