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원, 부패 등 중대 혐의 없어도 퇴출 가능

2024년 09월 03일 오후 3:24

중국 공산당이 다시 한번 내부 기강 확립에 나섰다. 당장(黨章) 위반, 부패 등 중대 결격 사유가 없어도 당원권 박탈이 가능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당원으로서의 사상 무장에 중심을 뒀다는 분석도 따랐다.

8월 30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판공청(중앙 판공청) 발표를 인용하여 ‘중국 공산당 부적격 당원 조직 처리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규정에 의하면 비리, 부패 등 결격 사유가 없는 당원도 성과가 부진하거나 비위를 저지르면 자격을 박탈할 수 있게 규정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8월 29일,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 책임자 문답 형식을 통하여 “총 27개조로 구성된 신규 규정은 중국 공산당의 엄격하고 철저한 자체 정화에 필수 요소이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조직부 간부는 “부패 혐의 등 규율 위반 당원에게 부과하는 기존의 징계 조치와 달리 해당 규정은 혁명 정신이 부족하거나 당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당원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사가 대상이다.”라고 부연했다.

신규 규정 시행에 따라 중국 공산당 각급 지부는 ▲이념·신념을 잃은 당원 ▲ 정치적 입장이 흔들리는 당원 ▲당에 충성하지 않는 당원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중국 공산당 조직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당원 ▲당에서 할당한 업무를 소홀히 하는 당원 등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상기 문제가 적발된 당원은 시정할 수 있는 일정 시한을 지정할 수 있지만, 문제가 지속될 경우 ‘자진 탈퇴’ 혹은 ‘제명’ 절차에 따라 당원권을 상실하게 된다.

신규 제정된 당원 징계 규정은 2012년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 당내 기강 확립을 위해 내놓은 각종 통제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 2016년 10월,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는 당의 기강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중국 공산당 당내 감독 규정’을 통과시켰다.

중국 공산당 내 비판 여론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등 양대 감찰기구는 “당원들은 정책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엄중 경고했다.

앞선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신규 규정 제정을 두고서 “시진핑 주석이 당 장악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1인 통치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당원 징계가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상급자의 눈 밖에 난 경우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 징계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셰마오쑹(謝茂松)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치적·사회적 지위 제고를 위해 중국인들이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다수는 당 가입 후 나태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중국 공산당 내 조직 담당 부서가 ‘뒤처진 사람’에게 퇴장을 명령할 수 있는 필요 수단을 갖추게 된 것이다.”라고 의의를 평가했다.

2021년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세계 최대 단일 정당 조직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당원 수는 9,918만 명이다. 전년 대비 114만 명 늘어난 수치다. 당원 수 증대에 따라 당원 징계도 증가일로다. 지난해 기준 징계받은 당원은 약 11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2024년 1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통계를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산당은 ‘중앙 8개 항 규정’을 근거로 당원을 징계했다. 8개 항 규정은 ▲조사 연구 방식 개선 ▲회의 간소화 ▲보고 문서 간소화 ▲경호· 교통통제 자제 ▲언론·홍보 보도 최소화 ▲원고·도서 출간 엄격화 ▲해외 출장 규정 준수 ▲근검절약을 지칭한다. 시진핑 총서기 취임 직후인 2012년 12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반부패 운동’을 지시하면서 시달한 공직자 핵심 복무 규정이다.

올해 4월에도 중국 공산당은 당원 규율 확립을 지시하는 통지를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판공청은 ‘전당적 당 기율 연구·교육 실시 관련 통지’를 발표했다. “개정 ‘중국 공산당 징계 관련 규정’을 철저히 연구·시행하기 위하여 4월부터 7월까지 당 규율 연구·교육이 당 전반에 걸쳐 시행된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은 “우리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 지도를 견지해야 하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당원, 간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함을 분명히 한다.”며 당원,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규율을 학습하고 이해하고 준수하라.”고 지시했다.

개정 징계 규정은 반부패 외 ‘공산당 정신 기강’ 관련 규율이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민감한 저작물이나 자료를 읽다 적발된 당원을 대상으로 엄중 경고, 징계는 물론 필요시 제명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정 전 규정에 의하면 민감한 자료를 구매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았으나, 강화했다. 민감 저작물 혹은 자료는 ▲중국 공산당 정책 비방 ▲중국 공산당, 국가 지도자 명예 훼손 ▲중국공산당·중국인민해방군 역사 왜곡 관련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해 4만 1000여 명의 관리가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이른바 ‘립서비스’만 함으로써 당원으로서 의무에 태만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약 4만 명은 과도한 선물이나 돈 또는 호화 접대를 받았고, 다른 1만 명은 승인 없이 부적절한 혜택을 주거나 받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2012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당원 약 500만 명이 처벌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반부패‘를 강조하며 기강 확립을 강조했지만 리상푸(李尚福) 전 국무원 국방부장,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 등 그가 발탁한 핵심 인재들이 연이어 부패 혐의로 실각하여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