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필리핀, 남중국해 분쟁 해역서 선박 충돌…책임 공방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과 필리핀이 지난 25일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 인근에서 또다시 선박 충돌 사건을 일으켰다.
이 지역에서 선박 충돌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이다. 중국과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이번 선박 충돌 사건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고 나섰다.
필리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남중국해의 섬과 환초에 대한 보급 임무에 투입된 ‘BRP 다투 산데이(MMOV 3002)’호가 필리핀 어민들에게 디젤, 식량, 의료품 등을 재보급하러 가던 중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으로 인해 선박 엔진이 고장 났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MMOV 3002가 중국 선박과 고의로 충돌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필리핀 측은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선박을 포위하고 차단하려다 충돌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사건 당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측 대변인 간위(甘羽)는 중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게시한 두 건의 성명에서 “중국 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선박 ‘MMOV 3002’가 스프래틀리 군도의 사비나 암초 인근 해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중심인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사비나 암초를 핵심 거점으로 두고 있다.
간 대변인은 MMOV 3002가 “위험한 방식으로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에 접근해 고의로 돌진함으로써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필리핀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스프래틀리 군도와 주변 해역에 대한 중국 당국의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며 “침입, 도발, 명예 훼손, 선정적인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필리핀에 경고했다.
이와 관련, 필리핀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MMOV 3002가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8명의 공격적이고 위험한 기동에 마주쳤다”고 밝혔다.
필리핀 국방부, 필리핀 군대, 필리핀 해안경비대로 구성된 기관 간 FT(태스크포스) ‘서필리핀해 국가 태스크포스(NTF-WPS)’는 중국 선박이 필리핀 선박을 “포위하고 막으려 시도했으며, 필리핀 선박에 충돌하고 경적을 울리고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의 위험한 기동을 했다. (중국 측의 행위는) 결국 엔진 고장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측의 비전문적이고 공격적이며 불법적인 행동은 필리핀 선원들과 어민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 이러한 도발적인 작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수산 및 수산자원국(BFAR)’ 선박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높은 사기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FT는 “선박 밖으로 떨어진 우리 대원들이 중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됐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이는 대중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허위 정보 유포에 관여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메리케이 칼슨 주(駐)필리핀 미국 대사도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
그는 “중국의 안전하지 않고 불법적이며 공격적인 행동이 필리핀 당국의 합법적인 임무를 방해하고 필리핀 선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가담한 여러 위험한 행동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필리핀] #프렌즈파트너즈동맹’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남중국해의 스카보러 환초에서 발생했다. 약 1.5제곱미터 규모인 이 환초는 필리핀과 중국 사이에 수년간 분쟁의 대상이 돼 왔다.
필리핀 어부들은 마닐라에서 약 220마일(354km) 떨어진 산호초로 이루어진 이 환초를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정기적으로 이 지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국제 사법기관인 상설중재재판소는 2016년 남중국해에서 중국 당국과 필리핀 사이의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지만, 중국은 이 판결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남중국해의 거의 전역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어업과 무역에 의존하는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등 주변 국가들과 대립하고 있다. 연간 약 3조 달러(약 3979조 원) 상당의 무역 물자가 남중국해를 통과하며, 이 수로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 기사는 캐서린 양이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