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중국 민주화 인사, 뉴욕서 中 공산당 간첩 혐의 체포

美당국 “중국 민주화·반체제 인사 채팅방에 中정보요원 침투시켜”
미국에서 활동 중이던 중국 민주화 원로 인사가 중국 간첩 혐의로 뉴욕에서 체포됐다.
미 법무부는 21일(현지시각) 미국으로 귀화한 시민권자인 탕위안쥔(唐元雋·67)이 민주화 인사를 가장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이며, 미국 내에서 중국 반체제 인사에 관한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중국 공산당 당국에 제공한 혐의로 체포·기소됐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의 중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퀸즈 플러싱에서 체포된 탕위안쥔은 미 연방수사국(FBI)에 허위 진술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탕위안쥔은 중국 출신으로 1989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투옥됐으며 2002년 대만으로 피신한 후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승인받았다.
이후 뉴욕에 거주하며 중국 민주화 추진 단체를 설립하고 반체제 인사들이 개최하는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등 중국 민주화 인사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소한 2018년 이전부터 국가안전부의 지시를 받아, 미국에 거주하는 유명 중국 민주화 인사 및 반체제 인사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불법 행위를 벌여왔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특히 반체제 인사들이 사용하는 암호화된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중국 정보당국이 침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 여러 차례 건너가 직접 국가안전부 요원과 만난 정황도 포착됐다.
법무부는 탕위안쥔이 매우 많은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 기기와 웹계정에서 국가안전부에 전송하려고 준비했던 사진과 영상, 문건을 증거 자료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탕위안쥔은 미국 법무장관에게 통보하지 않고 외국 정부 요원으로 행동한 혐의 등 3건으로 기소됐으며 모두 유죄가 선고될 경우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반공주의자, 중국 민주화 활동가들이 중국 공산당의 간첩으로 활동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계 인사들의 침투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6일 미국 내 중국 민주화 원로 인사인 중국계 역사학자 왕수쥔(王書君·76)이 중국 간첩 혐의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 관련 단체를 설립하고 사무총장과 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중국 민주화 인사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왕수쥔은 이러한 영향력과 지위를 이용해 홍콩 민주화 인사, 대만 독립 지지자, 위구르족, 티베트 민주화 추진 활동가, 파룬궁 수련자들을 감시했다.
왕수쥔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최고 징역 25년형에 처할 상황에 놓였다. 법원의 선고 일자는 내년 1월 9일이다.
올해 5월에는 전직 CIA 요원인 중국계 언어학자 알렉산더 육칭마(72)가 간첩 혐의를 인정했다. 홍콩 출신으로 하와이에 머물고 있던 알렉산더 육칭마는 CIA 최고기밀 취급인가를 보유했고 중국 국가안전부에 CIA 정보원과 자산, 비밀 통신 방법 등을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