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경제’ 키워드로 동북아 평화 번영 공생 전략 찾아야

2024년 08월 21일 오후 8:35

2024 동북아시아 국제포럼
초원의 길, 자유경제지대와 동북아시아 민족정책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초원의 길, 자유경제지대와 동북아시아 민족정책’ 2024 동북아시아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자유아시아연대와 코리아글로브가 공동 주최한 포럼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북아시아 각국 전문가들이 참석해 자유, 경제를 핵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미래 발전 전략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사전적 의미의 ‘동북아시아’는 대한민국(한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중화인민공화국(중국), 대만(중화민국), 몽골, 러시아의 연해주와 시베리아 일부 지역을 포괄한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동북아시아 허브(hub)라 할 수 있다. 자유아시아연대와 코리아글로브는 “동북아 허브에 자리한 한국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자유, 평화, 경제 이익 등 보편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동북아시아의 공동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포럼은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의 기조 강연 ‘초원의 길 자유경제지대와 동북아 민족정책’으로 시작됐다. 한민호 대표는 “초원의 길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중국 북부의 몽골, 북서부 신장 위구르족 거주지, 티베트 그리고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제국(諸國)을 연결하는 교역로를 가리킨다. 자유경제지대는 특정 국가들이 법인세와 관세를 면제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유재산을 보호해 주는 특정 지역을 뜻한다”며 “21세기 초원의 길에 대한민국이 참여하는 자유경제지대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정치외교적, 경제적 여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초원의 길 자유경제지대’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이 구상의 실행을 방해하는 최대 걸림돌은 중국공산당이다”라고 지적했다.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 | 에포크타임스/한기민

파로호포럼 대표도 겸하고 있는 한민호 대표는 미·중 경쟁, 대만해협 위협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지원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온 중국 공산당은 서방 자유세계 침투, 즉 초한전(超限戰·한계를 초월하는 전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동시에 중국인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중국을 영원한 후진국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중국공산당의 실체와 음모를 깨닫고 반격하기 시작하자 중국 당국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위기에 몰린 중국공산당은 목숨을 건 도박을 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공산당을 무너뜨려야만 세계는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왕다이(王戴) 민주차이나연맹(民主中國陣線) 부회장, 위미트 하미트 위구르자유포럼 회장, 아르야 체왕 걀포 티베트 망명정부 주일본 동아시아 대표, 숍츄드 템젤투 남몽골쿠릴타이 회장, 조병현 단재학당 교장, 이지나 코리아평화경제회의 연구원 등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태생의 왕다이 민주차이나연맹 부회장은 이른바 6·4 톈안먼 세대다. 1989년 대학 재학 시절 학생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 그해 6월 4일 톈안먼 사건 발생 다음 달인 7월 일본으로 도피하여 망명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 중인 그는 해외 민주화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가 부회장으로 있는 민주차이나연맹은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결성된 해외 민주 인사 조직으로 저명 정치학자 옌자치(嚴家其)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왕다이(王戴) 민주차이나연맹(民主中國陣線) 부회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차이나의 민주화와 지역 자결’을 주제로 발표한 왕다이는 “6·4 톈안먼 사건으로 중국의 민주화 운동은 쇠락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공산당 통치의 3대 기반으로 △경제 발전 △민족주의 △군사력을 꼽은 그는 “중국 경제 발전 기반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발전 과정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민족주의와 군사력을 이용한다. 주변 국가와 마찰을 일으키고 외부의 적을 만들어 권력을 유지할 명분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중국 재벌의 해외 이주가 연잇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시진핑의 경제 정책은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재벌 탈출은 중국 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왕 부회장은 “경제 위기로 인해 중국공산당 통치 기반이 흔들리고 중국 민주화 실현 기회는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미트 하미트 위구르자유포럼 회장은 ‘위구르인의 전반적인 상황과 투쟁 목표’를 발표했다. 위구르 우루무치가 고향인 그는 1985년 우루무치 대학생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95년 독일 망명 후 위구르 활동 단체 유럽동투르키스탄연합 이사, 회장을 맡았고 세계위구르인대회 부회장도 지냈다.

위미트 하미트 위구르자유포럼 회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오늘날 중국 5대 소수민족 자치구의 하나인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위구르인 스스로는 ‘동투르키스탄’이라 칭한다. 동투르키스탄은 1944~49년 존속했던 위구르인 자치 공화국 국호다.

하미트 회장은 “위구르인이 동투르키스탄의 실질 주인이다”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1949년 동투르키스탄을 침략한 중국공산당은 ‘신장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지배하의 현실에 대해서는 “중국공산당은 지난 75년간 동투르키스탄 지역에서 위구르인, 우즈베크인, 카자흐인, 타타르인, 키르기스인, 몽골인 700~8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그중 위구르인이 80%를 차지한다”며 소수민족 박해 현실을 적시했다. 이어 “2005년부터 위구르어 교육이 공식 교육 과정에서 사라졌다. 위구르 어린이는 3세 때부터 중국어 교육만을 실시하는 유치원을 다녀야 한다. 2014년부터는 위구르인에 대한 대규모 납치, 강제 수용소 투옥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위구르인 500~600만 명이 납치됐고 지난 10년간 강제수용소 내에서 살해된 사람은 2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위구르인 강제 수용소 생존자 미흐리굴 투르순 여사자 이날 행사에서 중국 당국의 위구르인에 대한 인권 유린을 이야기하고 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하미트 회장은 위구르인 박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감과 공조도 언급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유럽연합(EU)의회 등 12개 자유민주주의 국가 의회가 중국의 위구르인 대량 학살 자행 사실을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특히 위구르인 여성 대상 성범죄, 고문 등 인권 문제를 지적했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국가가 중국의 위구르인 탄압을 ‘반(反)인류 범죄’라고 규정했다”고 언급하며 “한국을 비롯한 몇몇 민주주의 국가는 공개적으로 중국 당국 편에 서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범죄에 반대하는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다. 이는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았다”고 한국의 관심을 환기했다. 이어 위구르족 강제수용소 생존자 미흐리굴 투르순이 연단에 올라 자신이 직접 겪은 위구르족 강제수용소 현실, 여성을 상대로 집중 자행되는 성폭력 등을 증언했다.

아르야 체왕 걀포 티베트 망명정부 주(駐)일본·동아시아 대표는 ‘차이나 민족 정책은 선주민족의 동화와 소멸’이라는 제하로 주제 발표를 했다. 1950년 강제 병합 후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 티베트인이 겪는 고통을 예시로 든 그는 “중국의 민족 정책의 본질은 선주(先住)민족 소멸이다”라고 정의했다. 아르야 대표는 한족 우선주의 정책을 거론하며 “중국공산당은 ‘내 동족이 아니면 필히 마음이 다를 것’이라는 이념에 따라 티베트에서도 식민주의 정책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티베트 망명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강점 후 60년간 120만 명의 티베트인이 비정상적으로 사망했다. 6000개 이상의 티베트불교 사원이 파괴됐다.

아르야 체왕 걀포 티베트 망명정부 주일본 동아시아 대표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아르야 대표는 “중국이 ‘계획생육(計劃生育·산아제한)’ 정책이란 미명하에 티베트인의 출산을 제한했고, 티베트 어린이를 중국 내 타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08년부터 중국 정부는 티베트 전역에 ‘기숙학교’를 설립해 전 어린이의 입학을 강제했고 2021년, 2022년 발표한 개정 대학입시요강에 의해 티베트족, 몽골족, 조선족 등 소수민족 언어 교육은 공교육 과정에서 배제됐다. 올해 7월에는 티베트어로 학생을 가르치는 마지막 사립학교도 중국 당국의 요구에 의해 폐교했다”고 소수민족 압살정책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숍츄드 템젤투 남몽골쿠릴타이 회장은 중국 측에서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라 칭하는 내몽골 출신이다. ‘몽골’은 고비사막을 경계로 이북의 외몽골(몽골공화국)과 이남의 내몽골(네이멍구자치구)로 양분돼 있다. 몽골인들은 이를 ‘남몽골’이라 칭하기도 한다. 1956년 내몽골 태생인 숍츄드 템젤투 회장은 1991년 외몽골(몽골공화국)로 망명했다가 이후 독일로 이주해 몽골인 인권 증진 운동, 독립운동을 전개해 왔다.

숍츄드 템젤투 남몽골의회 회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그는 “중국 북부에 거주하는 몽골족도 중국공산당 치하 여타 선주민족과 마찬가지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증언했다. 한족화 정책의 현실에 대해서 “중국 당국의 이주 정책의 결과 외래인 인구가 남몽골에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몽골인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절대적인 소수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했다. 소수민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변경 지역에서 이뤄지는 핵실험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은 남몽골 지역에서도 1960년대 초반부터 남부 알라사(阿拉善)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핵실험을 실시했다. 또 해당 지역을 비밀리에 핵폐기물 매설 기지로 정했다. 독일 등 해외 수입 핵폐기물도 이 지역에 매장했다. 그 결과 다수 현지 유목민이 백혈병에 걸렸다”고 증언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지역 주민 건강 이상의 원인을 밝혀낸 의사들을 함구시켰다”고 덧붙였다.

템젤투 회장은 “남몽골 문제는 인권 ‘문제’를 넘어선 ‘재앙’이다. 중국공산당 정권은 소수민족 대량 학살, 민족 문화 말살을 꾀한다. 몽골인은 조상 대대로 이 땅에 살아왔고 땅의 흙에는 조상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국제법상 ‘속인주의’에 따르면 중국인(한족)은 우리의 주권을 박탈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인은 생존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의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지리 전문가 조병현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단재학당 교장(공학박사)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간도 영유권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오래 몸담은 지리 분야 전문가인 그는 자신의 전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역사 왜곡, 주변 국가 영토 침탈 문제를 짚었다.

조병현 단재신채호학당 교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조병현 박사는 중국의 지리학적 인구학적 특징을 먼저 이야기했다. 1949년 성립한 중화인민공화국은 한족 외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 구성 비율에서 한족은 약 92%, 여타 55개 소수민족은 8%를 차지하지만 중국 내 소수민족 거주지는 전체 영토의 64%를 점한다. 그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소수민족을 확고하게 통제하기 위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내세워 ▲서북공정(위구르족 대상) ▲북방공정(몽골족 대상) ▲서남공정(티베트족 대상) 등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소수민족을 자극하여 위구르족의 동투르키스탄 독립 문제, 남몽골 지역 몽골인의 한족 증오, 티베트 독립문제 등을 야기했다”고 중국의 이른바 역사 공정 문제를 짚었다. 중국 공산당은 각종 역사 공정을 통해 주변국의 역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켜 분란을 만든다는 것이다.

조병현 박사는 “한민족 역사 상당 부분을 중국사에 편입시킨 이른바 동북공정은 중국 당국이 이른바 ‘중화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워 추진한 역사 공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동북공정은 단순 학술 연구 차원에서 수행되는 것이 아닌, 이른바 소수민족 분열 방지, 동북(만주)지역 영토 주권 확립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며,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명백한 한국사 침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날 중국 당국이 발간한 ‘치국지도(恥國地圖)’ 문제를 예로 들었다. 청 건륭제(乾隆帝) 재위기 최대 영역으로 확장된 중국 영토 중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지속된 열강의 국권 침탈 과정에서 상실한 영토를 설명한 지도이다. 오늘날 주변국과 영해 분쟁의 원인이 된 남중국해의 이른바 ‘남해 9단선’ 문제도 여기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병현 박사는 말했다.

간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 발해사는 중국사의 일부이며, 해당 영역도 중국 영토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간도 거주 조선족 문제, 추후 간도 영유권 분쟁을 대비한 국가 차원 프로젝트이다”라고 정의했다.

포럼에는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등이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저명 목회자이자 민주화운동가인 박상증 이사장은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연대가 출범해야 한다. 연대를 통해 ‘인간의 얼굴을 한 중국’을 만들어야 하며, 이는 중국 내 인권 유린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통일원 차관을 지낸 김석우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자유가 보장되고 신분 차별도 없는 사회가 됐다. 주변 인권 후진 지역에서 자유와 인권의 횃불을 밝혀나갈 책임을 맡아야 한다. 위구르를 비롯한 티베트, 남몽골, 홍콩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인종 청소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행사를 주최한 지명광 자유아시아연대 대표는 “동북아시아 각 지역 자연자원, 에너지지대를 하나의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자유경제지대로 구축하고, 미래에 평화, 번영,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행사 개최 이유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