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1선도시 선전, 터널에 청년 노숙자들 북적…폐지 수집까지

2024년 08월 21일 오전 11:11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4대 1선도시 중 한 곳인 선전에서 청년 노숙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들이 높은 급여와 생활 환경 등 ‘더 나은 삶’을 찾아 번화한 대도시로 몰려들었지만 수년간 이어진 경제 악화와 치솟은 실업률에 자영업 폐업, 기업들의 해고가 덮치면서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2·3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1선도시는 부동산 가격과 집세도 높다 보니, 고정된 수입이 없는 청년들은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도심 지하 터널이나 다리 밑에 아예 자리를 폈다.

최근 중국의 한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자는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터널과 육교 주변을 돌아다니며 청년 실업자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영상 속 청년들은 맨땅에 이불을 펴거나 골판지를 깔고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청년들 중에는 작은 캐리어를 옆에 둔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쓰레기통을 뒤져 재활용품이나 폐지를 수집, 판매해 끼니를 때울 용돈벌이를 하기도 했다.

영상이 촬영된 정확한 날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영상을 촬영한 이는 “선전 육교 아래에 많은 실업자가 살고 있다”며 “내년에는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청년 실업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강남의 고속버스터미널과 비슷한 선전의 룽화(龍華) 버스터미널 앞 광장에는 수많은 청년 실업자가 모여 단체 노숙을 하는 풍경이 매일 밤 펼쳐진다.

영상 촬영자는 터미널 건물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면서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가서 촬영하면 청년들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날 것”이라며 먼 거리에서 촬영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 공원에서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던 청년 실업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뭇가지에는 널어놓은 티셔츠가 걸려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중국 청년들이 왜 탕핑(躺平·자포자기)을 선택하는지 설명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많은 공감을 받았다.

이 네티즌은 영상에서 “나는 결혼을 위해 집을 구하려 했지만 100만 위안(약 1억 8천만원)이 부족해 1년간 쉬지 못하고 일해서 돈을 벌었다. 하지만 1년 후에 부족한 금액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150만 위안(약 2억 8천만원)으로 늘어나 있었다”며 “이후 더는 결혼하지도 아이를 가지지도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왜 많은 젊은이가 눕기를 선택하는지 설명하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원래는 100만 위안이 부족해 1년 동안 일한 끝에 그 차이가 150만 위안밖에 안 돼 누워만 있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더 이상 결혼하거나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을 기성 세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터널에서 노숙하는 청년들을 촬영한 영상에 “그래도 모두들 선량한 청년들이다. 적어도 위법행위를 하지는 않고 있다”는 댓글을 달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