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다가온 가을’ 처서(處暑)…“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연유선 객원기자
2024년 08월 22일 오전 8:30 업데이트: 2024년 08월 23일 오전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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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입니다.

처서는 더위가 휴식하다, 은거하다 혹은 돌아가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사(高麗史)』는 “처서의 15일간을 5일씩 3분하는데, 첫 5일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했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합니다.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합니다.

이 속담처럼 처서에는 파리, 모기도 점차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합니다.

벼의 이삭이 익는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 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요. 벼가 알차게 잘 익으려면 햇살이 뜨거워야 합니다.

따라서 농부에겐 처서에 내리는 ‘처서비’가 달갑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 천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 리 백석을 감한다’라고 했습니다.

처서는 연산군이 재위하던 시기에는 조서(徂暑)로 잠시 바뀌기도 했는데, 이유는 다름 아닌 김처선 때문이었습니다. 내시 김처선은 연산군에게 직언하다가 죽임을 당한 인물이죠.

농부들에게 처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시기입니다. 여름 내내 바쁘게 농사일을 끝내고 나면 날씨를 좌지우지하는 하늘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고사성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처럼 우리도 연초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씩 완성하는 시간들로 가을을 보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