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명문대 졸업생, 임대주택서 굶어 죽어…中 네티즌 충격

중국에서 베이징의 명문대 출신 30대 여성이 10년 가까운 구직 실패 끝에 임대주택에서 홀로 굶어 죽은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9일 현지 매체 ‘딩돤신문(顶端新闻)’은 베이징 211대학을 졸업한 33세 여성이 시안의 한 임대주택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지난 16일 온라인에 게재됐다가 이틀 만에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선양시 공안당국 관계자로부터 “사건 발생은 사실”이며 “현재 수사 중”이라고 확인을 받았다면서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시안시가 아니라 인접한 선양시라고 전했다. 두 도시는 중심 지구가 자동차로 40분 거리다.
이 기사는 중국 대형 포탈 신랑망(新浪网·시나닷컴)에 실렸고 하루 만에 5만7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클릭 유도를 위한 (가짜) 뉴스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었다”는 댓글은 2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중국 네티즌의 심경을 대변했다.
한 네티즌은 “22세에 대학을 졸업하고 33세에 삶을 마감했다. 10년 가까이 공무원 시험만 보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그녀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명문대 출신도 10년째 무직…中 청년층 좌절감
211대학은 ’21세기를 대비해 일(1)류대학 100개를 건설하자’는 중국 정부의 대학 육성 프로젝트다. 중국의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들이 속해 있어 용어 자체로 명문대의 상징처럼 사용된다.
보도에 따르면, 숨진 여성은 중국 북서부 닝샤 후이족 자치구의 가난한 산골 마을 출신으로 베이징의 211대학을 졸업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필기시험에서 여러 차례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번번이 취업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그녀가 시안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올해 4월의 일이다.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얻겠다”며 시안으로 향했으나, 유족은 사망 사건 후에야 그녀가 마을 주민들로부터 1만 위안(약 186만원)을 빌려 방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숨진 여성의 어머니는 “책이란 책은 다 읽은 아이”라며 “마을의 자랑이자 우리 온 가족과 마을의 미래였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가족과 마을의 희망이었던 여성은 고독과 좌절감 속에서 생의 마지막을 마주해야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5월 하순부터 여성이 외출하는 모습이 목격되지 않았고 6월 말부터는 아파트에서 심하게 부패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정확한 사망 일자와 시신 발견 시기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발견 당시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제보자 “검열 아니라 스스로 글 내려”
사건을 알린 게시물은 당국의 검열로 삭제된 것이 아니라 사건 제보자 스스로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보자는 ‘왜 게시물이 없어졌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고인에 대한 존중의 의미, 그리고 사실 왜곡과 과도한 추측을 차단하기 위해 글을 내렸다”고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답했다.
해당 제보자는 사건 발생 장소가 틀렸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하며 숨진 여성이 ‘시안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남겨 시안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중국계 작가 겸 비평가인 성쉐는 “숨진 여성은 절박한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가족의 기대, 주변의 눈총을 견뎌야 했다”며 “아마도 탈출할 출구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음식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석사 이상 고급 인재가 7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본토 주민 자오(趙)모씨는 에포크타임스 계열사 NTD와의 인터뷰에서 “학부생,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신입생들조차 일자리 찾기에 매달리고 있다”며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