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외국자본 20조원 탈중국…34년 이래 최대 규모

中 기업 해외 투자 전년 대비 80% 증가…사상 최대
“中 벤처 캐피털의 번영 끝났다” 베테랑 벤처 캐피털리스트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금을 중국에서 인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지난 9일 발표에 따르면 올 4~6월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출 규모는 150억 달러(약 20조5600억원)로 집계됐다. 투자금 유입에 비해 이탈이 20조 원 이상 많이 발행한 것이다.
올 상반기 중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억 달러(약 7조원) 감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990년부터 국제수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해당 데이터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중국은 1990년 이래 처음으로 연간 국제수지 마이너스의 불명예를 안게 된다.
외국인들의 중국 투자는 2021년 3440억 달러(472조원)를 기록한 이후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이어왔다.
통신은 이는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인 긴장 고조로 인해 일부 외국 기업이 중국 투자를 감소하고, 중국 내 자동차 시장이 전기 자동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일부 외국 자동차 기업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한 것에 따른 변화라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중국 투자는 작년에 사상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내놨지만, 외국인 투자 감소 추세를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시장이 여전히 개방적이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하며, 외국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중국에 도입하기를, 그리고 중국과 분리하라는 미국 등 서방 국가로부터 오는 압력에 저항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데이터는 외국 기업의 이익 추구 방식이 변화하는 추세와 중국 내 사업 규모 변화를 반영한다.
다수 선진국은 금리를 인상하는 반면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있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은 중국보다는 해외에 현금을 보유할 이유가 더 많다. 그럼에도 중국 상무부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 대한 신규 외국인직접투자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직접투자가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4~6월 중국 기업의 해외 송금액은 710억 달러(약 93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90억 달러)에 비해 80% 이상 증가한 액수다.
통신은 이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이 전기 자동차 및 배터리 공장 건설 등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등 (해외)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외국인 투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 실패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08년부터 중국에서 투자 펀드를 운용해 온 베테랑 중국 벤처 캐피털리스트 제프리는 미국의소리(VOA)에 “중국 벤처 캐피털 업계의 번영은 끝났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너무 부진해 외국인 투자를 많이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거주하며 미국과 중국 간 투자에 관여하고 있지만 자신이나 회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국 사업가 프랭크 류는 VOA에 “미국 투자자는 장기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책 안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이번 발표는 앞서 중국 당국이 발표한 무역 데이터와 격차를 보였다.
지난달 중국 해관총서는 올 2분기 870억 달러(약 119조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 무역 흑자는 1500억 달러(약 205조원)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무역 데이터의 불일치는 “상품 수출입을 기록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당국이 2년 전 무역 흑자를 계산하는 데이터를 변경한 후 데이터 간의 격차가 커졌고, 이러한 차이는 최근 외국 기업의 보세 구역 생산이 증가하면서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 재무부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중국 당국 발표 데이터의 차이를 강조하며 중국 측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