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리스가 트럼프 앞섰다? 美 대선 여론조사 읽기

배정현/ 자유기고가
2024년 08월 10일 오후 9:30 업데이트: 2024년 08월 11일 오전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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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초반 10%P 이상 격차 좁히며 트럼프 추격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역전은 이달 5일부터
아직 컨벤션+허니문 효과…9월 LV 방식 여론조사 살펴야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지율 조사 결과에 대한 국내 관심이 뜨겁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민주당 후보로 공식 지명되면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미국 대선 결과가 국제 정세는 물론 우리나라 안보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9일 국내 언론에서는 전날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를 인용해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5%포인트로 확대했다는 기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실제로 대통령 직무 수행 능력을 의심받던 바이든이 사퇴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정치인 해리스가 등장하면서 민주당은 세력을 결집하고 대선을 향한 행보에 동력이 붙는 모습이다.

해리스 후보는 후보 교체라는 극적인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직후 정당이나 정치인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에만 그치지 않고, 트럼프에 부정적인 미국의 주류 매체들이 해리스에 대해서는 우호적 보도를 쏟아내는 ‘허니문(밀월) 효과’도 더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해리스의 등장으로 미국 대선 판도가 한 번에 뒤집힌 것인지,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도 냉철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주요 여론조사 수치를 종합해서 나타내는 정치 뉴스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현재 해리스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트럼프에 0.5%포인트 앞서 있다.

이 수치는 바이든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지난 달 22일 이후(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조사분을 반영한 것으로 해리스가 5%포인트 격차로 앞선 결과가 나온 로이터/입소스 조사분(8일)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뒤처졌던 해리스가 트럼프를 맹렬히 추격, 우세를 뒤집은 것은 지난 5일부터다. 주요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RCP 평균)은 해리스가 47.4%, 트럼프가 46.9%다.

최근 10곳(중복 제외)으로 한정하면 ▲데일리코스/시빅스(7/27~30, 조사대상 1123명) ▲마켓로스쿨(7/24~8/1, 879명) ▲I&I/TIPP(7/31~8/2, 1326명) ▲CBS뉴스(7/30~8/2, 3102명) ▲모닝 컨설트(8/2~4, 11265명) ▲서베이USA(8/2~4, 1510명) ▲NPR/PBS/Marist(8/1~4, 1513명) 등 7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1~4%포인트 우세했다.

트럼프가 우세한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는 ▲라스무센 리포트(8/1~8/7, 1794명) ▲하버드-해리스(7/26~28, 2196명) ▲CNBC(7/31~8/4, 1001명) 등 3개로 격차는 2~5%포인트였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주요 여론조사 지지율 결과 |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 화면 캡처

주목해야 할 부분은 표본추출 방법이다. 라스무센과 서베이USA 등 2곳은 ‘적극 지지층 조사(LV, Likely Vote)’ 방식을 채택했지만, 나머지 8곳은 모두 ‘등록 유권자 조사(RV, Registered Vote)’ 방식을 채택했다.

적극 지지층은 투표 당일 투표 의사를 강하게 나타낸 응답자다. 등록 유권자는 선거인 명부에는 등록됐지만, 투표 여부는 확실치 않은 응답자다.

미국의 대선 투표율은 트럼프와 바이든이 맞붙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66.9%로 1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트럼프가 힐러리를 꺾었던 2016년 대선 투표율은 59.2%였다.

통계적으로 등록 유권자의 10명 중 4명 이상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등록 유권자 조사(RV)보다 적극 지지층 조사(LV)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에 좀 더 힘이 실린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뉴욕 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 역시 LV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10개 여론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지난 7월 22일~24일 11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뉴욕 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이 해리스보다 1%포인트 더 높았다.

트럼프의 5%포인트 우세를 나타낸 라스무센 리포트는 IBD/TIPP, USC/LA Times와 함께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정확히 맞춘 세 곳의 여론조사 기관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적중한 바 있다.

해리스가 초반의 격차를 좁히고 트럼프를 따라잡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컨벤션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고, 반(反)트럼프 주류 매체들의 지원 사격 약발이 떨어지는 9월 이후 LV  방식 여론조사 추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는 9월 10일 열릴 2차 대선토론도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중도층이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고, 민주·공화 양당 지지층도 본격적으로 결집하기 때문이다.

이 기고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