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폐 일부 사라져”…英 매체, 中 공산당 강제 장기적출 보도

강우찬
2024년 08월 10일 오후 1:50 업데이트: 2024년 08월 10일 오후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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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강제로 장기를 적출당하고 생존한 남성의 경험담을 영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데일리 메일, 더 미러, 메트로 등 매체들은 9일(현지시각) 중국 산둥성에 살던 청페이밍이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고문을 포함해 잔혹한 박해를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가 전한 청페이밍이 겪은 가장 끔찍한 박해는 강제 장기 적출이다. 앞서 에포크타임스는 헤이룽장 출신인 청페이밍이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관해 보도한 바 있다.

출신지가 다르게 보도된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경험한 교도소가 헤이룽장에 있었다는 점에서 빚어진 혼선으로 보인다.

청페이밍의 사연이 한 달여 만에 다시 서방 언론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가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세부적인 사실들을 자세히 털어놨기 때문이다.

파룬궁은 1990년대 중국에서 크게 유행한 불가(佛家) 심신수련법이다. 불가는 종교(불교)의 범주를 뛰어넘은 부처의 전반적 가르침을 뜻한다. 파룬궁은 명상과 느릿한 맨손 운동법, 도덕적 원칙을 통해 신체 건강과 함께 정신적 승화를 강조한다.

초기에는 대중의 건강 회복에 기여한다며 당국의 환영을 받았으나, 90년대 말 수련자 규모가 당국 추산 7천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며 공산당원 숫자를 넘어서게 되자 1999년부터 공산당에 의해 탄압을 받게 됐다.

청페이밍은 1999년부터 구금됐다가 풀려나기를 반복하면서도 수련을 포기하지 않았고 2002년 파룬궁 탄압 종식을 요구하다가 8년형을 선고받고 하얼빈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얼빈 교도소에서 청페이밍은 가혹행위를 시달리면서도 1년에 3번 강제로 혈액검사를 받았다. 이는 장기가 타인에게 이식 가능한 수준으로 건강한지 확인하기 위한 중국 교도소의 관행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극심한 고통에 자살 시도…어느 날 ‘이상한 액체’ 주입

청페이밍은 2004년 7월 헤이룽장성 다칭 교도소로 이감됐고 팔다리를 각각 묶어 네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고문을 수 시간씩이나 받는 등 극심한 괴롭힘을 받았다.

수개월의 가혹 행위에 시달린 그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 녹슨 못과 면도날을 삼켰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이물질 제거를 위해 필요하다’며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받았다. 서명을 요구한 것은 독일 게슈타포와 유사한 비밀경찰 조직인 ‘610판공실(사무실)’ 요원이었다.

하지만 청페이밍은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므로 서명하지 않겠다”며 거부했고, 결국 6명의 공안 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알 수 없는 액체를 혈관에 주입당하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되찾을 때는 3일이 지난 후였다. 그는 침대에 족쇄로 결박된 채 정맥에는 수액 주사가 꽂힌 자신을 발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 가로로 35cm 길이의 절개 흉터가 나 있었다는 점이다. 자신이 삼킨 녹슨 못과는 무관한 상처가 분명했다.

파룬궁 정보사이트인 밍후이왕에는 당시 족쇄를 차고 침대에 묶여 있는 청페이밍의 사진이 올려져 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중국 의사나 간호사가 촬영해 익명으로 제보했거나 다른 경로로 유출된 것으로 여겨진다.

간·폐 일부 사라져…전문가 “이식을 위한 적출 흔적”

청페이밍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게 된 것은 다칭 교도소로 돌아온 이후의 일이었다. 그는 다른 수감자로부터 ‘교도관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간(肝) 일부를 강제 적출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강제 수술 후 만성 피로와 호흡 곤란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교도소로 돌아온 청페이밍은 1년 반을 그렇게 방치됐다.

그렇게 장기를 강제로 적출당한 지 1년 반 만인 2006년 3월, 그는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다가 또다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에는 이물질을 삼키지 않았지만 병원 측은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직감한 청페이밍은 수술을 몇 시간 앞두고, 밤새 자신을 감시하던 공안 요원에게 화장실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공안 요원은 청페이밍을 침대에 결박하는 것을 잊었고 얼마 후 의자에 앉아 잠들었다.

청페이밍은 비상계단으로 병원을 빠져나와 마침 병원 앞을 지나던 택시를 불러세웠다. 요금은 병실에서 챙긴 과일통조림으로 대신했다. 택시 기사가 너그럽게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그는 기적적으로 병원을 탈출했고,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14년의 도주 생활에 올랐다.

그는 도주 생활 9년 만에 중국 국경을 넘어 태국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5년간 생활한 끝에 유엔(UN)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2020년 7월 자유의 땅인 미국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실시한 검진 결과, 청페이밍은 좌측 간엽 2번과 3번 부분, 폐 좌측 하엽 절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라진 간 일부는 1990년대 소아 간 이식을 위해 개발된 기술과 일치한다는 게 그를 검진한 의학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중국 강제 장기적출 생존자 청페이밍씨가 지난 3일(현지시각) 뉴욕 워싱턴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몸에 남은 수술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2024.7.3 | Madalina Vasiliu/The Epoch Times

즉, 청페이밍이 강제 장기적출을 당하고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동용 간 이식을 위해 간의 일부만을 잘라냈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폐 일부를 적출당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현재 청페이밍은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을 폭로하고 반대하는 국제단체인 ‘중국 내 이식 오용 종식을 위한 국제연대(ETAC)’에 증인으로 참여해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을 밝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본지에서 보도한 지난 7월 워싱턴DC 기자회견이 그 첫걸음이었다.

ETAC 공동설립자인 국제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에 따르면 청페이밍은 ‘중국에서 일어나는 강제 장기적출 희생자 수천 명 가운데 살아남아 탈출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 의회 “강제 장기적출 막아야”…파룬궁 보호법 통과

중국은 관습적으로 장기 기증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만, 2000년 무렵부터 장기이식 수술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파룬궁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 해(1999년)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당국은 일부는 기증을 받고 상당수는 사형수 장기를 사용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제엠네스티 추산에 따르면 2000~2005년 중국에서 매년 처형된 사형수 숫자는 1600명 정도다. 이는 같은 기간 실시된 이식 수술 건수 6만 건과 엄청난 차이를 나타낸다.

중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장기이식이 일종의 ‘산업’ 규모로 급성장했다. 중국의 대형 국유병원을 비롯해 수백 개의 병의원, 이식수술 알선 사이트에서는 며칠이면 심장, 각막, 폐, 신장 등을 이식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고, 세계 각국에서 중국 원정 장기이식이 성행했다. 여기에는 중국과 가까운 한국도 포함됐다.

이러한 중국 장기이식 수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국제 인권단체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단 며칠이면 살아있는 심장, 간을 넘치도록 공급받을 수 있는 중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은 합법적이고 자발적일 수 없다고 판단했고 자체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쳤다.

2020년, 영국의 유명한 변호사인 제프리 니스 경이 의장을 맡은 독립적 조사위원회인 ‘중국 재판소’는 중국에서 매년 최대 6~10만 건의 장기적출이 자발적 동의 없이(강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반인류 범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제 장기적출의 피해는 파룬궁 수련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1년 6월 14일,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위구르족, 티베트인, 무슬림, 기독교인 등 소수 그룹이 장기적출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인용해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파룬궁 수련자들이 가장 주된 피해자라는 점에서 반인류 범죄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은 지난 6월 25일 민주·공화 양당의 강력한 초당적 지지로 ‘파룬궁 보호법(Falun Gong Protection Act, H.R.4132)’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연방 상원에서는 지난달 31일 이 법안의 상원 버전(S.4914)이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에 의해 제출됐다.

이 법안은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정부 주도하에 동맹국과 파트너 등이 참여하는 국제 공조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강제 장기적출을 거듭 부인해왔으며 사형수 장기를 사용하는 관행을 2015년부터 중단했다고 밝혔다.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재판소’의 결론(중국에서 매년 6만~10만 건의 강제 장기적출이 일어나고 있다)에 관한 데일리 메일의 논평 요청에 “인간 장기 기증은 자발적이고 무보수여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에포크타임스는 청페이밍의 출신지에 대한 보도 혼선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정확한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