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 “간첩죄 적용 범위 확대해야”…22대 국회선 개정될까

윤상현 “핵심기술·방산기술 유출도 간첩죄로 처벌해야”
강유정, ‘글로벌 간첩법’ 발의…“인지전 처벌 조항 추가”
정치권에서 간첩죄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간첩을 간첩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기존 법망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의 ‘블랙요원 리스트’ 유출 사건을 계기로 현행 간첩법의 한계가 불거지면서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관련 법안 발의 및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개최 등 논의가 활발하다.
그간 ‘적국’이 아닌 우방국에 정보를 넘기는 ‘스파이 행위’를 간첩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현행법에 규정된 간첩죄의 한계로 지적돼 온 가운데 최근 발생한 군 정보요원 신상정보 유출 사건 등이 논란을 재점화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간첩법(형법 제98조) 개정안은 8일 현재 총 8건이다. 국민의힘에선 주호영·인요한·임종득·김선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은 장경태·강유정·박선원·위성락 의원이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외국·외국인·외국인 단체를 위해 간첩행위를 한 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 법안을 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국내외 주요 정책을 두고 공무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까지 간첩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긴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간첩죄 적용 범위를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현행 간첩법제의 문제점과 혁신방안’ 세미나에서 “OECD 국가 중 간첩죄를 적국에만 한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외국이나 외국인 단체, 비국가행위자의 간첩 활동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간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특히 국가 핵심 기술 및 방위산업 기술의 유출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SNS 계정을 통해 “이번에 꼭 간첩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도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을 계기로 지난 1일 ‘글로벌 간첩 처벌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국가안보의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고,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적국 및 외국, 외국인단체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벌이는 ‘인지전(특정 국가의 지휘부나 국민 등에게 조작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수법)’에 대비하기 위한 처벌 조항도 추가됐다.
강 의원은 “ 그간 민주당은 19대 국회부터 20대 , 21대까지 임기마다 간첩법을 발의해 왔다”며 “그러나 법원행정처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법은 간첩 행위 처벌 대상의 범위가 ‘적국’에 한정돼 있어 북한을 제외한 중국 등 외국에 대한 간첩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사정 당국은 북한이 아닌 다른 우방국 정부 또는 기업 관계자에게 군사 기밀 등을 누설한 피의자에 대해 간첩 혐의 대신 군사기밀보호법 혐의 등을 적용해 처벌해 왔다. 해당 행위에 대해 간첩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유출한 정보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면 군사기밀보호법을, 군사기밀이 아닌 경우엔 출입국관리법 혹은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적용해 처벌한 것이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간첩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작년 9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 국회 들어 여야 의원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나선 만큼 22대 국회에선 간첩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