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변신은 무죄…황량한 아타카마가 꽃으로 뒤덮인 이유

마이클 윙(Michael Wing)
2024년 08월 9일 오후 1:19 업데이트: 2024년 08월 9일 오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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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의 험준한 안데스산맥 서부에 펼쳐진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에 비가 내린 후, 드넓은 모래 위에 자홍색 꽃이 끝없이 피어났다.

아타카마 사막 | abriendomundo/Shutterstock

약 10년 전, 칠레 북쪽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이 사막에는 20년 만에 때아닌 폭우가 내렸다. 이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하고 강물이 범람해 총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 비로 인해 해발 고도 1500km에 펼쳐진 이 사막은 우리가 상상도 못 했던 풍경으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사막 아래 잠들어있던 꽃 씨앗이 갑작스러운 강우로 인해 살아나면서 사막 전역이 꽃으로 뒤덮였다.

‘데시에토 플로리도’

아타카마 사막(지도에 표시) | CC BY-SA 3.0

아타카마 사막은 총면적 105000km²으로, 한반도 면적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이 드넓은 사막이 자홍색과 초록색으로 생기를 되찾자 전 세계는 이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인 ‘데시에토 플로리도’에 흥분했다. 이는 ‘사막(Desierto)’과 ‘꽃이 만발한(Florido)’이 합쳐진 말로 이 현상 자체를 의미한다. 이 황량한 풍경 속 펼쳐진 초현실적 현상과 꽃과 나뭇잎의 놀라운 색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많은 여행객이 칠레를 찾았다. 이후 수많은 언론과 매체가 이곳을 방문해 사막에 핀 꽃을 취재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시스탄테 그랜드플로라’ | abriendomundo/Shutterstock

이는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원래 5~10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2017년, 2021년, 2022년에도 꽃이 피었고 올해 7월 중순경 또 한 번 이런 광경이 나타났다.

아타카마 사막에 피는 자홍색 꽃은 대부분 ‘시스탄테 그랜드플로라(Cistanthe grandfiflora)’로 남미에서는 ‘파타 데 과나코’라 불리는 종이다. 이 꽃은 건조하고 모래가 많은 토양을 선호하는 식물로 남미 칠레가 원산지다.

아타카마 사막 | abriendomundo/Shutterstock

이곳에는 다른 종의 꽃도 함께 피어난다. 사자 발을 닮아 ‘라이온스 클로우’라고도 불리는 ‘보마레아 오발레이(Bomarea ovallei)’와 사막냉이족(Schizopetalon)’과 같은 200여 종의 꽃이 함께 핀다. 대부분의 꽃이 봄~여름철에 피는 것과는 달리, 이곳의 꽃은 보통 9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사이에 볼 수 있는 겨울꽃이다.

올해는 지난 4월 11~12mm가량 내린 높은 강우량으로 인해 개화기가 앞당겨졌다. 그 덕에 우리는 7월부터 지금까지 이 아름다운 꽃으로 덮인 드넓은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다.

아타카마 사막 | abriendomundo/Shutterstock

아타카마 사막이 품은 자연

2023년 칠레 정부는 아타카마 사막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진귀한 풍경을 보러 온 이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꽃을 짓밟아 훼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곳에 보호지역을 조성하지 않으면 수년 내 꽃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알파카 | Carolpauferro/Shutterstock

이곳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사막 선인장과 생태계 위험에 노출된 여러 종이 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발견되는 주요 미생물들이 화성의 우주 환경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고 말한다.

공기가 맑고 건조한 남반구의 고지대에 자리한 이 곳은 천체 관측에도 탁월한 장소로 알려져 올해 안에 세계 최대 천문 카메라가 설치될 예정이다.

온난기로 접어드는 지구

(전체) 아타카마 사막 | PositiveTravelArt/Shutterstock. (삽화) 몇 년마다 나타나는 ‘데시에토 플로리도’ 현상 | sunsinger/Shutterstock

아타카마 사막의 꽃들이 개화가 점점 빈번해지고 빨라지는 것은 지구가 온난기로 접어들며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지구 역사상 빙하기와 온난기가 반복되어 나타나며 우리가 사는 환경은 조금씩 변한다. 드넓은 사막을 물들인 이 꽃의 등장은 지구 온난기가 인류에 선사하는 즐거움 중 하나로 간주된다.

마이클 윙은 캐나다 캘거리에서 태어나 예술 교육을 받은 작가 겸 편집자입니다. 그는 주로 문화, 사람, 트렌드 뉴스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