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란 속 내부 이견 표출

2024년 08월 07일 오후 4:10

정부·여당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폐지 방침을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금투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SBS 주관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좁게 보면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이 국가 복지정책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주식시장이 폭락한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다”며 완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5년간 5억 원까지 세금 면제”를 제안하며 금투세 한도 조정을 시사했다.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폐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오늘(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액 자산가들의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내수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금투세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진 의장은 “금투세 도입이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이 아니다”라며 “해외 주요국도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 투자로 얻은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금융투자로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 원 이상 25%)를 부과한다.

이는 국가 경제와 재정 안전성에 기여하고 금융 소득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목표로 하는 세금이지만, 투자 심리 위축, 이중과세 문제, 세율 및 공제 기준 논란, 국제 경쟁력 저하, 복잡한 세금 체계 등 여러 측면에서 논란을 낳기도 한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정부·여당은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혀왔다.

민주당 내 의견이 엇갈리는 속에서 정부와 여당은 전날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관련 민생 토론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생을 중시하는 실용 정당”이라며 “금투세 폐지는 민생 문제로, 여야가 초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동훈 대표의 제안에 대해 아직 공식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민수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금투세와 관련해 여야 대표가 논의할 가능성은 비공개회의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진성준 의장의 블로그와 입장문에는 금융투자자들의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이 한국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투세를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은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완화론을 두고 대중적 인기를 의식한 외연 확장 전략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당내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라는 의견도 있다. 진성준 의장은 “지도부가 선출된 후 당내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내부 토론을 통한 당론 수립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