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근본의 사명을 좇는 방법…‘전통 공예’를 지켜야 하는 이유

워커 라슨(Walker Larson)
2024년 08월 7일 오전 10:15 업데이트: 2024년 08월 7일 오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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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한 명인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1475~1564)는 다비드, 피에타 등 미학의 극치를 보인 작품을 탄생시킨 예술가다. 그는 조각상에 대해 “모든 돌덩어리 속에는 조각상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는 게 조각가의 임무다. 나는 대리석에서 신을 보고 그를 자유롭게 해주려 조각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피에타’(1498),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 | 공개 도메인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인간 존재의 근본에는 사물을 돌보는 능력과 사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 공예는 이 사명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이는 꼭 예술 작업뿐 아니라 목공, 축산, 직조, 제빵, 도예 등을 포함한다. 공예는 물질 대상과 사람이 밀접하게 작용해 대상을 더 완벽하고 유용하며 아름다운 상태로 변화시킨다. 사람은 원재료를 가공해 거기 내재한 최상의 형태를 끌어낸다.

전통 공예의 목적

사진 : Canva

전통 공예의 이로운 결과는 다른 생명을 돌보고 가꾸는 축산업과 조경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대상에게 더 큰 아름다움과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끌어내는 눈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높은 안목과 예술가의 직감, 흔들림 없는 손을 가진 숙련된 장인은 대상의 잠재력을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

철학 교수이자 목수인 존 커드백은 이 개념에 대해 “장인이 되는 것은 인생의 위대한 질문을 포착하는 일이다. 우리는 특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사물의 본성을 이해한다. 그리고 이것이 누구에게 필요할지 고민한다. 타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장인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개념은 전통 공예의 또 다른 목적이기도 하다. 목수는 ‘누군가 앉을 곳’이라는 신체적 필요와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의자를 만들고, 제빵사는 배고픈 이의 배를 채우기 위해 빵을 만든다. 목동은 사람들에게 먹거리와 옷감을 제공한다. 이처럼 전통 공예는 재료와 장인,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 모두를 충족시킨다.

공예와 작업자

‘나전 국화당초문 기물’(고려 말-조선 초, 14-15세기). 리움미술관 소장 | 류시화

전통 공예는 만든 이 또한 충족감을 느끼게 하고 성장을 돕는다. 전통 공예는 우리를 유산과 연결해 우리의 뿌리에 닿도록 해 준다. 도자기는 문명이 발달한 초기부터 제작돼 왔고 현대에도 계속 만들어진다. 나무로 만든 가구 역시 과거부터 현대까지 계속 생산된다. 많은 전통 공예품의 기본 특성은 수 세기 동안, 심지어 수천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재료의 기본 특성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이 사용했던 도구로 나무를 조각하거나 바구니를 짜는 것은 그들의 경험과 변하지 않는 인간 삶의 본질을 연결해 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 본성에 공예가라는 본질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손으로 작업을 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단련해 준다. 공예 작업은 우리의 현실감을 키우고 한계를 깨닫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감정을 느끼고 세상의 본질을 배우게 된다.

19세기 프랑스의 조각가 앙리 샤를리에(1883~1975)는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망치로 두드릴 때마다 사물의 본질에 부딪히며 자연과 사물의 정신에 대한 성찰력을 키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는 작업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원리와 지혜를 키우며 지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공예는 손과 눈의 협응력 등 신체적 능력도 향상케 한다. 작업에 사용되는 도구는 신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신체의 연장선으로 작용해 작업을 더 정교하고 수월하게 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도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예 능력을 증진할 수 있다.

‘효율성’의 단점

사진 : Canva

공예를 통해 얻는 만족감의 일부는 작업에 필요한 시간과 인내에 기반한다. 공예는 우리에게 인내와 겸손을 가르쳐준다. 때때로 재료는 우리의 손길과 노력에 저항한다. 물체가 깨지거나 변질되기도 한다. 실수가 있으면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 지름길은 없다. 많은 시간을 들여 집중하고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작업은 성공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대부분의 가치 있는 일은 희생과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됨을 알게 된다.

또한 공예 작업은 우리가 떠올린 구상에 형태를 부여해 나만의 의미를 담은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예술적 표현이 될 수 있다. 단지 실용성과 필요에만 따르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활옷 자수편’ 1958년, 석주선 박사가 복원. 단국대학교 석주산기념박물관 소장 | 류시화

산업 기술 발달로 인해 대량 생산된 물건은 높은 효율과 실용성을 지니지만, 수공예품이 갖고 있는 개별적인 의미와 개성은 부족하다. 수공예품만의 불완전함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가질 수 없는 개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수공예품은 전 세계인들의 문화나 고유 특성이 잘 반영된다.

수공예품만이 가진 장점이 있다고 해서 대량 생산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효율성을 지닌 대량 생산은 전통 공예가 목표로 삼았던 것을 더 빠르게 달성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통 공예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장인 정신과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효율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 공예와 유산으로 내려오는 기술은 산업화한 현대에 분명히 주요한 가치를 전달한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향상하도록 발전점을 제시한다. 최고의 문화와 공예는 항상 그 뿌리에 충실해야만 완전한 형태와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이러한 가치의 중요함을 알고 우리는 전통 공예를 지키고 전승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워커 라슨은 위스콘신에 있는 사립 아카데미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아내와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영문학 및 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헤밍웨이 리뷰, 인텔리전트 테이크아웃, 뉴스레터 ‘헤이즐넛’에 글을 기고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