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가을의 문턱 ‘입추(立秋)’, 무더위에도 가을은 온다

연유선 객원기자
2024년 08월 07일 오전 9:36 업데이트: 2024년 08월 07일 오전 9:37
P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인 입추(立秋)입니다.

입추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뜻이지만,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입니다.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입하(立夏)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를 보면 입추까지는 날씨가 무척 무더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고 하여 무더위에 고생한 것을 위로했다고 합니다.

농촌에서는 참깨·옥수수를 수확하고, 농작물을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기 시작합니다.

이 무렵부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하는데, 1년 벼농사의 마지막 성패가 이 때의 날씨에 달려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벼가 누렇게 익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 때부터 처서 무렵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입추 무렵의 풍속으로는 ‘기청제(祈晴祭)’가 있는데요. 예부터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여무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큰 재앙으로 여겼습니다.

각 고을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늘에 기청제를 지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은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습니다. 그리고 모든 성안 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며,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됩니다.

봄·여름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 비를 내려 달라고 지내는 기우제(祈雨祭)와는 반대 성격의 제사입니다.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입추지만 낮에는 아직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무더위에 지쳤어도 이때의 뜨거운 햇살 덕에 하루하루 곡식이 튼실하게 여물어간다고 생각하면 막바지 더위가 고마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