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빛과 신성의 묘사…스페인 황금기를 빛낸 화가, 리베라

미셸 플라스트릭(Michelle Plastrik)
2024년 08월 6일 오전 7:58 업데이트: 2024년 08월 6일 오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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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페 데 리베라(1591~1652)는 17세기 스페인의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이탈리아로 이주해 그곳에서 경력을 쌓았다. ‘로 스파뇰레토(작은 스페인 사람)’이라 불린 그는 빛의 화가 카라바조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리베라는 스승의 명암법을 한층 더 발전시켜 더욱 밝은 빛을 탐구하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또한 그는 베네치아의 화법과 스페인의 사실주의, 볼로냐의 고전주의와 로마의 미술 양식을 통합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다문화적 접근은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표현을 탄생시켰고, 이는 그의 후기 걸작 중 하나인 ‘성 안나, 알렉산드리아의 카타리나와 함께 있는 성가족’에 완벽하게 구현됐다. 이 작품은 아름다움과 사실주의, 성스러운 것과 불경한 것을 모두 한 화면에 구현했기에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닌다.

스페인의 황금시대

‘후세페 데 리베라의 자화상(추정)’(1591~1652사이) | 퍼블릭 모데인

17세기는 스페인 바로크 미술 부흥기였다. 이 시기를 황금기라 부르는데, 당시 예술계를 호령한 네 명의 화가가 있었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디에고 벨라스케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그리고 리베라다.

리베라는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1606년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그는 주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활동하며 초기 경력을 쌓았다. 1616년 그는 나폴리에 정착해 현지 저명 예술가의 딸과 결혼하고, 이후 그곳의 가장 중요한 화가로서 정착해 주변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나폴리(현 이탈리아의 일부)는 스페인 제국의 일부였으며 임명받은 총독이 통치했다. 이들은 스페인 출신 예술가들을 주로 후원하며 예술 발전을 도모했다. 그 덕에 리베라는 새로 정착한 도시에서 손쉽게 적응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리베라는 오수나 공작, 알칼라 공작 등 여러 귀족에게서 후원을 받아 다양한 작품을 그릴 수 있었다.

‘철학자(유클리드로 추정)’(1637), 후세페 데 리베라 | 퍼블릭 도메인

후원을 통해 그가 그린 작품은 대부분 본국으로 보내졌다. 작품 중 대다수가 왕실 컬렉션에 포함됐고, 그는 스페인을 떠나 생활했지만 스페인에서 사랑받는 예술가로 성장했다.

리베라는 당시 스페인 예술계에서 드물게 다양한 분야에 능통한 화가였다. 그는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또한 그는 종교화, 초상화, 정물화, 풍경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리베라의 걸작

‘성 안나, 알렉산드리아의 카타리나와 함께 있는 성가족’(1648), 후세페 데 리베라 | 퍼블릭 도메인

그의 걸작 ‘성 안나, 알렉산드리아의 카타리나와 함께 있는 성 가족’은 1648년에 그려진 대형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성모 마리아, 예수, 성 요셉, 성 안나, 성 카타리나가 등장한다.

화면 아래 빛이 드는 곳에는 파란색과 빨간색 옷을 입은 성모가 어린 예수를 안은 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성 카타리나는 예수의 오른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 세 인물은 완벽한 비율과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묘사돼 있다.

(왼쪽) ‘목동들의 예배’(1650)의 세부, 후세페 데 리베라. (오른쪽) ‘성모와 아기’(1646), 후세페 데 리베라 | 퍼블릭 도메인

이 작품에서 나이 든 성 요셉과 성 안나는 당시 실존했던 인물을 모델 삼아 그려졌다. 이는 리베라의 스승인 카라바조가 노동 계급을 모델로 삼아 인물을 묘사한 것에서 발전한 것으로,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이상적 인물을 모델로 삼았던 것과 대조된다. 또한 이 작품에는 일상적인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화면 아래의 바구니와 안나가 들고 있는 과일 등을 통해 우리는 이 그림의 배경이 평범한 가정집 내부임을 알 수 있다. 그는 평범한 곳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성 카타리나가 입은 옷의 황금빛과 빛을 받은 인물들의 눈부신 피부와 하얀 옷 빛깔의 극적인 묘사를 통해 신성을 표현했다.

‘성 안나, 알렉산드리아의 카타리나와 함께 있는 성가족’의 세부(1648), 후세페 데 리베라 | 퍼블릭 도메인

이 작품에는 리베라의 환상적인 인물 묘사 실력과 함께 정물화 기술도 구현돼 있다. 성 안나의 손에 들린 꽃과 바구니 속 과일, 바닥에 놓인 바구니의 재질과 그 속에 담긴 천의 질감은 어느 정물화 못지않게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선조의 영향

‘의자의 성모’(1624), 귀도 레니 | 퍼블릭 도메인

이 작품에는 그가 앞선 시대의 예술가에게서 받은 영향이 잘 구현돼 있다. 그는 르네상스 예술가 라파엘로의 인체 묘사 구현 기법을 존경했고, 바로크 시대의 귀도 레니에게선 우아하고 조각적인 묘사를 배웠다. 이 예술가들 또한 전통 기법을 따른 수많은 예술가에게서 영향을 받아 작품활동을 펼쳤고, 그 전통은 리베라에게도 이어졌다.

화려한 성공을 거뒀던 화가

리베라는 1626년 교황 우르바노 8세로부터 그리스도교 훈장을 받았을 정도로 생전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미술사에서는 카라바조와 다른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통적 가치를 잇고 부흥을 위해 노력했던 그의 빛나는 작품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감동과 영감을 전한다.

미셸 플라스트릭은 뉴욕에 거주하며 미술사, 미술 시장, 박물관, 미술 박람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