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 침체에 유니클로·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 고전

브랜드보다는 가성비 선호로 中 소비 패턴 변화
중국 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려 내수 촉진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로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관측통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 대신 비슷한 디자인을 더 낮은 가격으로 생산하는 중국산 저가 브랜드 선택 비중을 높이면서 유니클로,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기업 패스트 리테일링은 “(중국) 수요가 약화되고 제품이 현지 선호도와 일치하지 않아 5월 말까지 9개월 동안 중국 본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7월 전월 대비 0.1 낮은 49.4를 기록하며 석 달째 경기 수축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밑돌다가 지난 3월 50을 넘겼으나 5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그룹의 중국 수석전략가인 싱자오펑은 “암울한 매출 전망 속에서 소비자들이 품질보다 가격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치열한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싱자오펑은 또한 “당국은 가계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의 내수 촉진 방침에도 위축된 소비 심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활동 부진, 실업률 상승 외에 지난 수년간 계속된 부동산 침체도 중국 가계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드는 요소다.
JP모건은 중국 도시 중산층 자산의 약 6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가계가 경제 전망을 밝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 위축은 국내 브랜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리닝(李寧, LI-NING)은 1분기 매출은 2%로 전년 동기(6%) 대비 급감했고, 스포츠웨어 브랜드 터부(特步·Teppu)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10%에 그쳤다.
패스트 리태일링의 중국·동남아 최고경영자 한초우(潘寧)는 “저렴한 대안, 즉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브랜드가 없는 의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니클로를 비롯해 그룹의 매출에 눈에 띠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키·로레알, 매출 감소…“중국 시장 부진”
미국의 세계적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나이키는 지난달 “중국,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지역의 수요 약화로 인해 1분기 매출이 10% 감소할 수 있다”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한 자릿수 중반으로 낮췄다.
프랑스 뷰티 대기업 로레알은 중국 지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매출은 2분기에 2.4% 감소하여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로레알 CEO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는 중국 본토의 뷰티 시장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소비자들이 가성비 좋은 대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이치뱅크의 중국 비필수품 소비자 연구 선임 연구원 제시 쉬는 중국 소비자들이 과거 브랜드를 자랑하던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중국) 소비자들은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더 낮은 가격을 선호하고, 같은 가격의 제품이라면 기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개선과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며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브랜드 제품을 사던 성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계 소비재 전문 트렌드 리서치 기업인 민텔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인들은 이제 패션의 매력보다 기능성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응답자 약 59%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매할 때 브랜드보다 제품의 기능을 더 중시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고용이 안정돼야 가계의 위축된 소비 심리가 해빙될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