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80g씩 황금을 뿜어내는 남극 화산…어떻게 갈 수 있을까

편집부
2024년 08월 5일 오전 8:50 업데이트: 2024년 08월 5일 오전 9:12
P

남극대륙 로스해 제임스로스섬에 위치한 해발 3794m의 에레버스산은 황금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가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걸까?

약 7000년에서 18000년 전 남극에서 발생한 거대한 폭발로 인해 생겨나 현재 가장 오래 지속된 활화산인 에레버스산에는 칼데라(분화구)가 활성화돼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혼돈의 신인 카오스의 아들에서 이름을 딴 이 산은 분화구를 통해 치명적인 화산 가스를 내뿜는다.

황금을 뿜는 산

에레버스산 | Colin Harnish/Shuttersrock

에레버스산 분화구에서는 액화된 금이 뿜어져 나온다고 전해진다. 이 금은 1970년대 초부터 쉬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용암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추측한다.

금은 1400도에서 증발하는데, 약 1000도로 끓는 용암 속에 포함된 금은 액체 형태로 흐른다. 가스가 폭발할 때 함께 공기 중으로 분출된 금은 0.1~80µm(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입자 형태로 퍼진다. 이 미세한 금은 차가운 지각에 닿아 결정화된다. 금은 매일 약 80g 정도 분사된다. 이는 8월 2일 한국거래소 기준 약 878만 원에 달하는 양이다.

(왼쪽) 남극 대륙의 열 위성 이미지. (오른쪽) 에레부스 산의 상공 전망.| (왼쪽) Stock Lpa/Shutterstock (오른쪽) 퍼블릭 도메인

화산에서 금이 흐른다는 이야기는 과거부터 많은 이들의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1522년 스페인 도미니크회 수도사이자 박물학자인 블라스 델 카스티요는 에레버스산의 이야기를 듣고, 도전을 준비했다. 준비 과정에서 그는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니카라과의 마사야산의 분화구에 내려가 용암 채취를 연습하려 했다. ‘지옥의 관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알려진 마사야산을 탐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그는 총독의 제재로 더 이상 화산을 오르지 못하게 됐다.

에레버스로 가는 길

에레버스산 분화구 전망 | 퍼블릭 도메인

금을 얻을 수 있는 에레버스산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극에 위치한 이 화산은 결코 방문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에레버스산의 여름철 기온은 보통 영하 70도 정도로 매우 춥다. 또한 분화구에 가까워지면 높은 온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에레버스산은 기온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장애물이 있다. 과학자들은 에레버스산이 현재 격렬한 분화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내부에 축적된 가스가 ‘용암 폭탄’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로 투사돼 착륙 시 폭발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위험 요소로 인해 연구 목적으로 산을 방문하는 이들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한다.

위험한 도전

에레버스산과 1979년 에어 뉴질랜드 항공 901편의 잔해 | ENVIROSENSE/Shutterstock

부에 대한 열망과 자연의 신비함을 동시에 갖게 하는 에레버스산은 과거 비극적 사건과 관련 있다.

1979년 11월 이곳에서 발생한 에어 뉴질랜드 901편의 추락사고는 관광 중이던 승객 237명과 승무원 20명 전원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이 비행기는 남극을 한 바퀴 도는 관광 목적으로 운행됐다. 사고 당일 비행경로가 변경됐는데 기체 컴퓨터에는 변경된 코스가 입력됐지만, 조종사에게는 이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행기가 산 위를 너무 낮은 고도로 비행하게 됐고, 결국 비행기가 산과 충돌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져 남극을 관광하는 합법적인 비행경로는 전부 폐쇄됐다.

비극적인 사건과 높은 위험도로 인해 아직 이곳에서 금을 얻었다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부보다는 생명의 가치가 더 높기에 도전하는 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