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가상 현실’ 대만 드라마 화제와 논란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에 노출돼 있는 대만에서 한 드라마가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소재 삼은 ‘제로데이(零日攻擊·ZERO DAY)’이다.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날’을 중국의 대만 침공 디데이(D-day)로 상정하여 실제 공격에 직면한 대만의 가상 현실을 다룬 드라마이다.
드라마 본격 제작에 즈음하여 18분 분량의 예고편이 7월 23일 공개됐다. 영상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수색·구조 임무를 가장해 대만해협을 봉쇄하고 이후 사이버 공격, 사보타주 등의 방식으로 대만을 침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예고편 영상은 7월 22일부터 진행된 한광(漢光)훈련과 맞물려 화제를 낳았다. 198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연례 군사 훈련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방어 계획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사실성 높은 드라마 영상은 대만 국민들의 잠재된 불안감을 자극했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예고편에 한 시청자는 “이것(예고편)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무겁고 두렵다. 하지만 이것은 대만인으로서 우리가 직면해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고 호응을 얻었다. 또 다른 댓글은 “우리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최선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제작 총괄 정신메이(鄭心媚)는 “해당 위협은 새로운 게 아니다. 우리는 ‘민감성’을 이유로 그간 이를 이야기하는 것을 피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 주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과 시리즈 서비스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직면한 위협을 더 많은 세계인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도 “대만해협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은 지난 수십 년간 존재해왔지만 주제의 민감성과 상업적 영향 탓에 대만 TV 프로그램에서 이를 노골적으로 다룬 적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드라마 ‘제로데이’로 고조된 대만인의 불안감이 징병을 도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로는 일본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高橋一生), 중국 출신 두원쩌(杜汶澤), 대만 배우 롄위한(連俞涵) 등이 캐스팅됐다. 1980년생인 타카하시 잇세이는 1990년 아역 배우로 데뷔 후 현재까지 영화·드라마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 ‘무간도(無間道·Infernal Affairs)’ 시리즈에 출연한 두원쩌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일명 우산혁명과 대만 학생들이 벌인 입법원 점거 농성(해바라기 운동) 등을 지지해왔다. 중국 정부 눈 밖에 난 후로 본토 내 작품 활동에 제한을 받아왔다. 롄위한은 저명 작가 바이셴융(白先勇)의 소설 ‘타이베이 사람들(臺北人)’을 드라마화한 ‘푸르렀던 그날(一把青·일파청)’ 여주인공 역으로 스타 덤에 오른 후 또 다른 시대극 ‘차금(茶金)’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이다. 드라마 제작진은 “중국의 위협, 보복이 두려워 배우들이 출연을 꺼리고 있고 캐스팅된 배우도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10부작으로 제작될 드라마에는 총 2억 6000만 신대만달러(NTD)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주요 재원은 대만 행정원 문화부의 창작지원기금, 대만 2위 반도체 제조업체 UMC 설립자 차오싱청 전 회장의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차오싱청은 “대만의 방위력을 증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이를 위하여 30억 신대만달러(약 1천26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제작비를 두고서 “대만 정부가 드라마 제작비를 과다 지원했다.”는 비판도 대만 야권에서 제기됐다. 제1야당 국민당 왕훙웨이(王鴻薇) 입법위원(국회의원)은 8월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제작비 관련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행정원 문화부,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 등 정부기관 자료를 인용하여 “‘제로데이’ 제작비가 2억 5천 921만 신대만달러(약 108억7천만원)이다. 그중 정부 유관기관 등의 공적 자금 지원 금액은 1억 1천 301만 신대만달러(약 47억4천만원)로 전체 제작비의 43.6%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왕훙웨이 입법위원은 “2026년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인 당국의 ‘전초전’이다. 드라마 제작 비용을 대만군에 지원하는 것이 대만해협 안보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반박했다. 우페이이(吳沛憶) 민진당 입법위원은 “국민당은 과거 계엄령하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들은 단지 창조를 제한하고 아이디어를 검열하고 싶어 한다. 국민당은 공개적으로 진실을 말하고 ‘중국을 불행하게 만드는 어떤 주제’도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제로데이’는 올해 연말 제작 완료 후 2025년 OTT,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