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 관리 실패, 정보원 신상 정보 유출… 양대 정보기관 국정원, 정보사 위기

2024년 07월 31일 오후 4:48

한국 양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국군정보사령부가 동시에 위기에 처했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한국계 미국 연구자 수미 테리(Sue Mi Terry)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CFR) 선임 연구원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주유엔 한국대표부, 주미국 대사관 등에 파견된 공사·공사참사관 등 ‘화이트(white·공개 정보 요원)’ 신분의 공작관의 ‘관리’를 받았던 수미 테리 박사가 미국 연방 검찰에 기소된 사건과 관련하여 국가정보원은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관련자 3인 중 뉴욕의 주유엔 대표부 공사이던 1급 요원은 이미 퇴직했고 워싱턴 D.C의 주미국 대사관 공사참사관 2인 중 1인은 국내 2급 상당(단장급) 간부로, 나머지 1인은 해외 주재관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현직 요원 2인에 대해 감찰 조사를 실시하고, 국내 근무 중인 1인은 보직 해임 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미 테리 사건을 기화로 국가정보원의 전반적인 업무 능력, 정보원 관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3급(처장급) 이상 간부 100인을 대상으로 8·9월 중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국가정보원은 일반 부처 부이사관(과장·심의관)에 해당하는 3급(처장)-2급(단장)-1급(실·국장, 지부장) 등의 위계로 이뤄지고 일반직 중 최고위직인 1급 요원은 재외공관 총영사·공사 등으로 파견된다.

대표 군(軍) 정보기관인 국군정보사령부도 소속 군무원 A씨의 기밀 유출 혐의로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파장이 휴민트(HUMINT·인적 자원 정보 수집 네트워크)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은 7월 30일,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방부는 영장 발부 이유에 대해서 “A씨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자세한 설명은 제한 된다.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수사 진행 중인 국군방첩사령부도 “향후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언론에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자세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구속 영장이 발부된 군무원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외국에서 신분을 위장하고 첩보활동을 하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블랙(Black·비공개 첩보원)’의 신상, 개인정보와 더불어 다수 군사 기밀 유출이다.

군 검찰의 수사 결과 A씨의 개인 노트북에는 국군정보사령부 블랙 요원 개인 정보가 담겨 있었다. 정보사령부 내부 통신망은 보안을 위해 민간이 사용하는 상업 통신망과는 차단(망 분리)되어 있다. 정보사령부 내부 컴퓨터에는 기밀 유출 방지,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이동식기억장치(USB) 사용도 금지돼 있다. 군사기밀 복사·이동은 관리자의 승인을 얻어 종이로 출력해야 한다. A씨 개인 노트북에 기밀 정보를 담기 위해서는 해당 보안 절차를 모두 어겨야만 가능하다.

유출된 기밀의 최종 종착지가 어디인지도 관건이다. 군 수사기관은 해당 정보가 북한으로 유출됐는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A씨가 정보를 넘긴 대상은 중국 출신 동포(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포가 정찰총국 등 북한 정보기관과 연계가 있다면, 기밀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A씨가 고의로 기밀을 유출했다면 군사기밀 누설 혐의뿐만 아니라 형법상 간첩 혐의도 적용된다.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국가기밀을 ‘적국’에 넘겼을 때 적용되는데, 한국의 적국은 북한뿐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제3국에는 기밀을 넘겨도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이 적용되고 있다.

군 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약 한 달 전 정보사령부는 소속 요원들의 개인 신상 정보 등 수천 건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을 포착했다. 재외공관(대사관·총영사관·대표부)에 외교관 신분으로 외국에 파견돼 정보 수집을 하는 ‘화이트 요원’과 학자, 사업가 등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첩보 수집을 하는 ‘블랙 요원’ 정보가 모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재외 국방무관(武官) 등은 외교관 신분이 부여된다. 외교관 면책특권도 적용받아 문제가 있을 경우 ‘페르소나 논 그라타’, 즉 기피 인물로 지정되어 추방 형식으로 강제 귀국 조치로 끝난다. 주재국의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 블랙 요원은 발각 시 간첩 혐의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정보 유출 사건 후 일부 공식·비공식 해외 정보요원들에게는 귀국 조치가 내려졌다. 유출된 해외 요원들의 신상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면, 요원들의 신변이 위험해지고 이들이 구축한 외국의 대북 첩보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전반적인 해외 휴민트 붕괴가 점쳐지는 이유이다.

현재 사건은 국군방첩사령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날 국군보안사령부, 국군기무사령부의 후신인 국군방첩사령부는 국내에서 적국의 첩보 활동을 방지하고 자국 정보 유출을 감시하는 방첩, 보안 업무를 수행한다. 국군정보사령부가 ‘창’ 역할이라면 국군방첩사령부는 ‘방패’ 역할을 한다. 국방정보사령부는 국방정보본부(DIA) 산하 사령부로 사령관에는 소장(少將)이 보임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국군기무사령부 ‘해편(解編)’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거쳐 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현재 이름으로 바꾼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에는 현역 중장(中將)을 보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