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 주재원에 수해 복구 지원금 모금 요구”

2024년 07월 31일 오후 12:17

60년 만에 최대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주재원들에게 수해 복구 지원금 모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단둥 지역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단둥지부가 30일 오전 주재원과 단위 책임자, 즉 파견회사 사장들을 소집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단둥 내 북한 주재원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수해 복구 지원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결의까지 마쳤지만, 정해진 금액이 없이 ‘자율적’으로 모금하라는 지시에 오히려 난처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적게 냈다가는 눈 밖에 날 수 있어서”다.

이번 지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8일 재해지역인 압록강 인근을 찾아 주민 구조 작업을 지휘하고, 일부 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선포하며 복구사업 총동원령을 내린 이후 나온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7일 북중 접경지대에 내린 폭우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4100여 세대의 주택과 3000정보(900만평·약 29㎢)의 농경지, 도로와 철도, 시설물이 침수됐다.

노동신문은 신의주와 의주군 위험지역에 고립된 주민 5천여 명 가운데 “4200명을 성과적으로 무사 구조했다”며 “반나절 남짓한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인민을 구출한 것은 믿기 어려운 기적”이라는 김정은 총비서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남은 800명의 구조 여부, 그 외 구체적인 인명 피해는 밝히지 않았다.

RFA는 북한의 피해가 심각한 것과 관련, 중국의 댐 방류도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압록강 중류 댐의 수문을 개방해, 배수시설이 열악한 북한에 피해가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의주에 거주하는 한 익명의 소식통은 “29일 밤 중국이 의주 방산댐 수문 18개를 모두 열어 물이 전부 북한 쪽으로 유입됐다”며 북한의 수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음에도 중국이 그대로 수문을 개방한 사실이 북한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서는 28일 북한 평안북도와 중국 랴오닝성 사이에 흐르는 압록강에 건설된 수풍댐 수문 26개가 모두 개방돼 물을 방류 중인 영상이 게시됐다고 RFA는 전했다. 수풍댐은 길이 900m에 낙차 106.4m에 달하는 대형 댐이며 북한과 중국이 공동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