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두로 대선 승리’ 베네수 선관위에 세부 결과 요구

2024년 07월 30일 오후 12:01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국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구별 투표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대선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현지시각)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가 선관위에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며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국가 선관위 결과와 별도로 분석한 선거 데이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불일치를 조사하고 해결해야만 선거를 종결지을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현직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가 51%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고 선언했으며, 야권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의 득표율은 44%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유세 기간 발표된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와 선거 당일 이뤄진 출구조사와 큰 차이를 나타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에디스리서치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야권 후보인 우루티아 후보가 예상 득표율 65%로 마두로 대통령(31%)을 압도적 격차로 따돌리고 승리하리라 예상됐다.

막상 마두로 후보가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의심과 우려가 증폭됐다. 베네수엘라에서 촉발된 부정선거 항의 시위가 이 지역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는 “선거 결과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와 투표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마두로 정권의 대리인들이 선거 조작 및 억압에 관여하고, 세부적인 선거구별 결과 발표를 생략하고 승자를 선언해”, “선거 결과의 신뢰성을 (스스로)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마두로·야권 모두 “우리가 승리” 주장…갈등 불가피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선거 항의 움직임에 관해 “우리는 항상 강자의 희생자였다”며 “베네수엘라에서 다시 파시스트적이고 반혁명적인 성격의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출신인 마두로는 버스기사 노조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냈고 사회주의 독재자였던 우고 차베스의 측근으로 1998년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장과 외교장관을 역임했다. 부통령에 오른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하면서 임시 대통령이 된 후 대선에서도 승리해 지금까지 12년간 집권해 왔다.

반미 좌파로 꼽히는 마두로의 3선 도전을 앞두고, 지난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공정한 선거 실시’를 약속으로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이 마차도를 비롯한 야당 후보들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자, 올해 4월 ‘약속 위반’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제제를 재개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당초 입국을 허용하고서도 제3자 투표감시단의 베네수엘라 입국을 불허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리자는 야권이라는 입장이다. 야당 지도자인 마리아 마차도는 선거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이겼고, 전 세계가 그것을 알고 있다”며 야당 후보인 우루티아 후보가 70% 득표율로 “베네수엘라 선거 사상 가장 큰 차이의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라며 선거 결과가 발표된 28일 밤부터 29일까지 냄비를 두드리는 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분노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했고, 경찰은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해산시켰다.

마두로 정권은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오히려 ‘외부 해킹 시도’, ‘쿠데타 시도’라고 반박하며 강력한 진압을 표명하고 있어 양측 간 대립이 극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