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밀리 식량·원자재 대량 비축…장기간 분쟁 대비”

강우찬
2024년 07월 26일 오전 11:20 업데이트: 2024년 07월 26일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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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 “경제 침체에 오히려 수입↑…국내 소비용 아닌 듯”

중국이 비밀리에 식량과 금속, 에너지 등 원자재를 빠르게 비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장기간 분쟁에 대비한 생존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중국의 원자재 수입이 기록을 갱신해, 모든 종류의 원자재 수입이 물량 기준으로 16% 급증했다”며 “가격이 비싼 시기에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고 23일(현지시각) 전했다.

신문은 지난 수년간 중국 경제가 방만한 경영과 부동산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중국 정부가 자원집약적 산업의 비중을 낮추려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비춰볼 때, 중국의 원자재 비축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소비 증가 때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미국과의 갈등에 주목했다. 이번 물자 비축이 향후 중국의 공급망이 차단될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간 분쟁을 견디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해석이다.

중국의 정확한 원자재 비축량은 현재 파악하기 어렵다. 중국 국가 통계국은 많은 상품에 대한 재고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 예측에 따르면 올해 수확철이 끝나기 전까지 중국의 밀과 옥수수 재고량은 각각 전 세계의 51%와 67%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2018년보다 5~10%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중국이 수입하는 농산물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두 재고량 역시 2018년 이후 두 배로 늘어나, 수확철이 끝날 무렵에 4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원유 재고량도 크게 증가했다. 미국 조사업체 레피던 에너지 그룹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재고량은 2020년 이후 17억 배럴에서 20억 배럴로 증가했으며 현재 115일 사용분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해 5대 국유 석유기업에 6000만 배럴의 추가 비축을 요구했다며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실시한 비축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이번 비축 프로그램은 이달 시작해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천연가스도 비축량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0년까지 천연가스 저장고를 150억㎥로 6배 확장한 데 이어 내년에는 550억㎥, 2030년까지 총 850억㎥로 확대할 전망이다. 또한 올해 1분기 기준 중국이 저장한 천연가스는 총 250억㎥로 현재 소비량 기준 23일분이며, 이는 5년 전 15일분에서 일주일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싱가포르 CNA도 중국이 경제 침체에도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핵심자원을 급속히 대량으로 비축하고 있다며 “방어적 조치인지, 미래의 침략을 암시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