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내수촉진’ 무색한 中…상하이 유명 쇼핑몰 폐점, 상반기 상점 7천개 폐업

남창희
2024년 07월 25일 오후 2:51 업데이트: 2024년 07월 25일 오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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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내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상하이 상업지구 메이룽에서도 최고급 쇼핑몰로 꼽히는 메이룽전 광창(广场·쇼핑몰)이 경영난 끝에 휴점에 들어간다.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 상점과 기업 최소 7천 곳 이상이 폐업했다는 소식과 함께 달라진 중국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하이 메이룽전 광창(영문명 웨스트 게이트 플라자)은 최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오는 8월 1일부터 쇼핑몰 전체를 문 닫는다고 통지했다. 단,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 1곳만은 그대로 운영된다.

쇼핑몰 운영사는 공지를 통해 “신중한 검토 끝에 8월 1일부터 휴점한다”며 “주(駐)상하이 미국 총영사관을 제외한 쇼핑몰, 오피스, 지하주차장을 포함한 메이롱전 광창 내 모든 상인, 임차인이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영업 재개 일정을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사실상 무기한 휴업이다.

메이룽전 광창의 휴업은 이미 두 달 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6월 30일, 상하이의 메이룽전에 입주한 일본계 백화점 ‘이세탄’이 폐점하면서, 상하이 시민들 사이에서는 ‘메이룽전 광창도 문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1997년 문을 연 이세탄은 상하이 번영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상하이 난징시루에 위치한 메이룽전 광창은 1990년대 상하이 노후 지역 재개발 붐을 타고 개발됐으며 1997년 8월 15일 최종 완공됐다. 유럽식 외관의 이 건물은 지상 33층, 지하 3층, 연면적 12만1천 제곱미터(㎡) 규모이며 쇼핑 구역과 오피스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쇼핑구역에는 이세탄 백화점을 비롯해 유명 패션 브랜드 등이 들어섰고 오피스 구역 8층에는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입주했다. 이번 휴점으로 33층 규모의 대형 쇼핑몰은 8층에만 불이 들어오는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미 총영사관 하루 평균 방문객은 약 3천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中, 사치품 구매 열기 시들…온라인 쇼핑몰과 경쟁도

중국에서는 지난 몇 년간 외국계 백화점의 철수가 이어져 왔다. 이세탄 백화점은 중국에서 한때 6개 지점을 운영했으나 2022년 말 쓰촨성 청두 매장 2곳을 폐업하고 올해 4월에는 톈진 지점 2곳을 문 닫았다. 이번 상하이 지점 영업 종료로 톈진에 1곳만을 남겨두게 됐다.

대만계 타이핑양 백화점은 2016년부터 시작해 상하이 지점 3곳을 문 닫으면서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프랑스 프렝탕 백화점 3곳도 2019년과 2020년 연이어 폐점했다.

중국의 백화점 축소는 외국계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중국 소비자 정보 공급업체 롄상왕에 따르면 2022년에 35곳, 2023년 31곳이 폐업했고 올해 1~4월에도 10개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하락하면서 고가 사치품 구매 열기가 가라앉은 데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 이용이 줄어든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경제 침체에 ‘잘 사는 사람’ 많은 상하이도 소비 자제

중국에서 생활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상하이의 백화점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투자 정보 제공 플랫폼인 이란상예(壹览商业)는 자체 집계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최소 6882개의 상점이 폐업했다”며 “월마트, RT마트 등 대형 유통체인과 미쉐빙청(蜜雪冰城) 등 프렌차이즈까지 100개 이상의 기업이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의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소득의 불안정, 자산 감가상각, 부채 증가 등 전반적으로 경기 전망이 하락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풀이한다.

대만 중국문화대의 국가발전·중국대륙연구소 천송싱 교수는 은 “처음에는 외자 철수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중국 본토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상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부자들이 집중된 곳이지만 떠나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중국에서 가장 발전된 1선 도시인 상하이 상황이 이런 만큼 2, 3, 4선 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면서 이번 중국 공산당 3중전회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주목할 만한 경제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고 나온 것은 새로울 것 없는 금리 인하와 돈 풀기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한 상하이 시민은 “대부분의 중국인은 돈이 없지만, 상하이의 돈 있는 사람들도 전반적인 여건 변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며 “구매력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RFA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