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中 만리방화벽’ 우회할 새 기술 개발 지원해야”

강우찬
2024년 07월 25일 오전 10:16 업데이트: 2024년 07월 25일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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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전문가들 공청회서 만리방화벽 문제점 증언

미국 의회가 중국 공산당의 정보 검열·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우회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각) 미 VOA는 전날 미 하원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 위원회(중공 특위)’에서 중국의 만리방화벽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고 보도했다.

만리방화벽은 중국에서 흔히 “국가 방화벽”으로 불리는 통신망 감시·검열 시스템이다. 중국의 통신망에서 유통되는 모든 발언과 정보를 감시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공산당이 정해놓은 방향에서 벗어나는 내용들을 신속하게 제거한다.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와 본지 에포크타임스 등 외신 접속을 차단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어, 수억 명의 중국인을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되도록 만든다. 여기에 댓글부대인 우마오당이 가세하면서 관영매체의 날조 보도에 쉽사리 혐한, 반일, 반서방 정서가 고조된다.

존 뮬레나르 위원장을 포함한 중공 특위 소속 위원들은 인터넷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도구에서 강력한 통제 수단으로 변질시킨 공산당 정권의 위험성을 공유하면서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날 공청회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를 옹호하고 검열을 반대하는 단체 소속 전문가들이 참석해 만리방화벽이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와 그 대안을 제안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중국에서 금지된 뉴스를 주로 보도해 온 인터넷 매체 ‘차이나디지털타임스’의 설립자 겸 편집장 샤오창은 중국 공산당의 네트워크 통제 시스템이 중국 내부에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샤오창은 “중국 공산당은 기술을 이용한 독재라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이라며 “그들은 이러한 기술로 국내 권력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통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세계적 범위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Open Technology Fund)’의 냇 크렛천 선임 부대표는 중국인들이 공산당에 의해 갇혀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인들, 해외 플랫폼 사용 욕구 약해

크랫천 부대표는 미국이 이미 가상 사설망(VPN) 등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우회하기 위한 수단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충분한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면서 중국인들을 끌어들일 새로운 우회 수단과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인들은 구글 같은 외부 인터넷 플랫폼을 알고는 있지만, 사용해야 할 욕구를 느끼지는 못한다”며 지난 15년 이상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내면서 공산당이 통제하는 위챗과 웨이보에 길들여지면서 자유로운 정보 검색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사이 중국 당국이 중국인들이 해외 플랫폼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 엄격한 검열을 시행하면서도 잘 설계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풍부하게 제공해왔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를 통해 중국인들이 ‘틀 안에서만 머물게’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해외에 나와서도 중국에 머무는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하기 위해 위챗을 사용한다. 또한 해외에서도 중국어로 된 정보를 찾기 위해 위챗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당국의 검열을 거친 정보만 접촉하게 된다.

크렛천 부대표는 “중국인들이 검열되지 않은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고 또 찾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가정할 수 있는 시대가 불행히도 지나갔다”며 중국인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별로 진실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맞춤형 우회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는 언론 자유를 촉진하고 검열에 맞서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단체다. 미국 정부의 자금을 받아 국제 방송을 관장하는 글로벌 미디어국(USAGM)의 지원을 받고 있다.

“중국의 정보통제, 미중 관계에도 해롭다”

미국 기업 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퍼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내 인터넷 자유를 위해 투자하는 자원은 아마도 중국이 정보 통제에 투자하는 자원의 1% 미만일 것”이라며, 중국의 정보 통제가가 미중 관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많은 자원 투입을 통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검열과 허위 정보 유포 기구가 미중 관계 안정을 위한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는 공산당의 잘못된 정책으로 침체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감추기 위해 민족주의를 자극하며 서방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자국민 가두기가 때로는 정권이 처한 위기 상황을 넘기기 위해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등의 책임 회피에도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 참가자들은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감시 시스템 구축에 미국의 기술기업들이 협조한 것이 사실이라며, 의회가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중국인들이 찾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위한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크렛천 부대표는 “미국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은 중국인들이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