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입항한 美항공모함 드론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 적발

강우찬
2024년 07월 24일 오전 10:11 업데이트: 2024년 07월 24일 오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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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입항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불법 촬영한 중국인들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30~40대 중국인 유학생 3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을 드론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항공모함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합동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가를 위해 부산에 입항한 상태였으며 중국인들이 촬영하던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장병 격려차 승선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인 유학생 3명은 윤 대통령 승선 전 기지 인근 야산에서 드론을 띄워, 루스벨트함을 5분간 촬영하다가 순찰 중인 군과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유학생 신분이었으며,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서 군사시설 드론 촬영하다가…중국인 유학생, 실형

국내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군사시설을 촬영하다가 붙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미국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버지니아 해군 조선소를 불법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 스펑윈(27)의 유죄가 인정됐다.

스펑윈은 올해 1월 3일 드론을 구입하고 다음 날 항공편으로 버지니아로 날아가 자동차를 렌트한 후 5일 자정 무렵 드론을 날려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GD) 조선소와 정박 중인 미 해군 함정 사진을 촬영했다.

다음 날에는 버지니아 뉴포트 뉴스로 이동해 뉴포트 뉴스 조선소 인근에서 드론을 띄워 해당 조선소를 촬영했다. 이 조선소는 미군 핵잠수함과 차세대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에는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해군 항공기지의 군사시설에 무단 침입해 불법적으로 사진을 찍은 자오첸리(당시 20)에게 군 시설 무단 촬영 시 주어지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형이 선고됐다. 자오첸리 역시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중국인 유학생, 中공산당의 글로벌 스파이공작 첨병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부산항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을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스파이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더 구체적인 이유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중국의 산업 스파이 침투 최일선에 중국인 유학생이 있다는 게 미국, 일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2015년부터 중국의 인재 영입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에 선발된 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인계획 영입 인사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학 후 첨단 산업 분야에 주요 연구 인력으로 자리 잡은 중국계 엘리트들이다.

이들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 공산당 스파이에 포섭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중국인 유학생 자신이 스파이 공작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

2022년 1월에는 시카고에 유학 중이던 중국인 지차오췬이 중국 당국 지시를 받아, 미국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중국계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포섭하려다가 적발돼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일본은 2022년부터 정부기관에 연구 자금을 신청하는 대학 연구소(실)에 주요 연구자의 해외 연구기관 겸직 여부, 외국으로부터의 자금 지원 여부 등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조치에 직접 ‘중국’이란 국가명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미국 정부기관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중국 당국이나 중국인 유학생의 첨단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작년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16만7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은 40%인 6만7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정보학계에서는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중국인 유학생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