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밀경호국장 “트럼프 경호 실패 인정, 책임 통감…수십년래 중대 실패”

미국 대통령 경호 책임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두고서 “중대 실패였다.”고 시인했다. 자진 사임은 거부했다.
7월 22일, 미국 연방하원 감독위원회(Committee of House Oversight) 청문회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한 킴벌리 치틀(Kimberly Cheatle) 비밀경호국(United States Secret Service· USSS) 국장은 이같이 말했다. 치틀 국장은 “비극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경호 실패를 시인했다.
치틀 국장은 “이번 사건은 수십 년 이래 가장 중대한 작전 실패이다.”라고 정의하며 1981년 발생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존 힝클리(John Hinckley Jr.)에게 권총 저격을 당했고 긴급 수술 끝에 소생했다.
전·현직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은 트럼프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Thomas Matthew Crooks)가 저격 직전 유세장 인근 건물 지붕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총격 시까지 약 20분간 무대응하여 ‘경호 실패’ 비판을 받아왔다.
경호 실패를 시인한 치틀 국장은 “사건 당일 트럼프 캠프 측이 추가 보안 조치를 요청했으나, 비밀경호국이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론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지 9일밖에 경과하지 않았다.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전제하며 “그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고 부연했다.
청문회를 소집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치틀의 국장직 사임을 요구했다. 치틀은 “현재로선 비밀경호국을 이끌 적임자는 본인이다.”라며 사임을 거부했다.
치틀은 “비밀경호국이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할 것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추후 조사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 초기 조사가 60일 안에 완료될 것이며, 비밀경호국 감독 기관 국토안보부에서도 감찰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경호 실패로 책임을 물어 징계 조치한 직원은 없다.”고 부연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공화당 의원들은 “치틀의 비밀경호국 국장 임명 과정에 조 바이든 대통령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치틀은 “내가 사명을 가지고 일한 기관에서 27년을 헌신한 대가로 국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치틀은 미국 일리노이주 태생으로 이스턴일리노이대학(Eastern Illinois University)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1995년 비밀경호국에 합류한 후 2001년 9·11 테러 당시 딕 체니(Dick Cheney) 부통령의 대피와 신변 안전을 책임졌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부통령실에 근무하며 바이든 현 대통령 경호를 책임졌다. 2017년 여성 최초로 비밀경호국 고위층 경호담당 부국장으로 승진했고, 2022년 수장에 올랐다. 사상 두 번째 여성 국장이다.
영어 약칭 ‘SS’로 알려진 비밀경호국은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 지시로 창설한 재무부 산하 비밀서비스과(Secret Service Divison)가 모체이다. 당시 주 업무는 위조지폐 단속이었다. 이후 업무가 확대되어 미국 연방정부 사상 첫 정보기관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1901년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후 경찰이 담당하던 대통령 등 요인 경호 업무를 이관받았다. 2003년 국토안보부 산하 외국(外局)으로 편제가 조정됐다. 오늘날 약 7,000여 명의 요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