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해리스, 바이든 사퇴 하루 만에 ‘과반 대의원’ 확보

남창희
2024년 07월 23일 오후 4:39 업데이트: 2024년 07월 23일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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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당대회서 공식 지명 기다릴 것”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의 2024년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에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했다며 공식 후보 지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며 “조만간 후보 지명을 공식적으로 수락할 수 있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 후보 사퇴를 선언하고 후임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추천한 가운데, 미국 여러 주의 민주당 대의원 대표단은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해리스 지지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조사 결과 민주당 자체 집계에서 해리스는 최소 2574명의 지지를 얻어 후보 선출에 필요한 과반인 1976명을 크게 넘겼다. 이 경우 결선 투표 없이 바로 후보 지명을 받게 된다.

민주당 유력 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직후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설 인물로 해리스를 꼽았다.

올해 60세인 해리스는 민주당 바이든-해리스 캠프의 부통령 후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름이 등록돼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모은 선거자금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장점으로 평가돼 왔다.

광범위한 지역과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 유세를 펼쳐야 하는 미국 대선에서 선거 자금은 당락을 결정 짓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선거까지 채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후보를 선출할 경우 ‘제로(0)’부터 시작하게 돼 준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해리스, 바이든보다 더 진보적…대중 강경책 승계 전망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하루 만에 이뤄진 ‘매직 넘버’ 확보 발표 이면에는 해리스 부통령 측의 신속한 대처가 있었다.

해리스 부통령과 캠프 측근들은 지난 24시간 동안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해, 지지 선언을 미루고 있던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고 각 주 민주당 대의원 대표들로부터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

공화당 트럼프-밴스 캠프에 맞설 선대위 체제 개편 작업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특히 해리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머물고 있던 델라웨어주로 날아가 선대본부에 새 캠프 참여 인사들을 집결시키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한층 진보적인 정책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녀는 지난 2020년 대선 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법인세율 인상을 비롯한 부자 증세, 일정 소득 이하 가정을 대상으로 한 세금 환급(공제), 학자금 탕감, 공공의료 보험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한 여성의 낙태권 보장, 총기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강조해왔다.

중국 공산당의 홍콩 시민권 침해,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대만 위협,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이 고조 속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원한다는 점에서 해리스 역시 바이든, 트럼프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 강경한 정책들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 상하원 원내대표 지지 선언 안 해

민주당 인사들의 연이은 해리스 지지 속에서도 일부 유력 인사들의 ‘침묵’도 눈에 띈다.

현재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해리스를 지지하고, 당내 경선 후보로 거론되던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쉬 샤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미시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도 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바이든 대통령의 거액 기부자 중 한 명인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몇몇 주요 민주당 인사는 해리스의 대선 후보 승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선거는 내주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며, 후보 결정은 매우 신중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서두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당내에서 새로운 후보가 출마를 선언해 해리스에게 도전할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민주당 대의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후보가 거론되지 않고 있으며 출마 가능성을 직접 내비쳐 온 인물도 없다는 점에서 해리스 지명이 거의 확실시된다.

* 이 기사는 제이컵 버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