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지막 티베트 학교 폐쇄…“언어·문화 말살 우려”

정향매
2024년 07월 22일 오후 10:07 업데이트: 2024년 07월 22일 오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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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지난해 쓰촨성 티베트자치주 내 공립 초·중학교에서 티베트어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최근 중국 내 유일한 티베트족 사립학교를 강제 폐쇄했다.

지난 7월 14일 티베트 망명정부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의 근거 없는 비난으로 또 하나의 명문 티베트 사립학교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폐쇄된 학교는 칭하이성 궈러티베트족자치(果洛藏族自治)주 마친(瑪沁)현 라가(拉加)진에 자리한 ‘직매기알첸민족직업학교’다.

1994년 티베트 승려 겸 교육자 직매 기알첸이 설립한 이 학교는 티베트어, 중국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교육한다. 교과 과정은 기초문화부, 직업고등교육부 두 가지 과정으로 운영한다. 티베트 전통문화, 현대문화, 과학기술 등을 가르치는 이 학교는 티베트족 거주 지역 내 최고의 민족 문화 전문 교육기관으로 명성을 얻었다. 현지 티베트족 학생에게는 진학 선호도가 가장 높은 학교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개교 이후 지난 30년간 대학 졸업생 800명, 대학원 졸업생 50명을 배출했다. 졸업생 가운데는 의사 90명, 공무원 110명, 대학교수 250명, 학교장 13명, 티베트 불교 승려 110명, 기타 전문가 260명 등이 있다.

공개 자료에 의하면 폐쇄 전 직매 기알첸 민족직업학교에는 교직원 약 60명, 재학생 1400명이 있었다. 다수 학생은 칭하이성, 쓰촨성, 간쑤성, 티베트자치구, 네이멍구자치구 출신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앞서 올 4월에 학교 측에 폐교를 통보했다. 그러다 지난 7월 14일 “직매 기알첸 민족직업학교는 직업기술학교 관련 국가 준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표해 공식 폐교를 명령했다. 이에 15일 폐교식이 열렸다.

중국 칭하이성에 있는 직매기알첸민족직업학교 폐교식 날, 학교 정문에 빼곡히 걸린 티베트 민속품 ‘하다(哈達)’. | 티베트의소리

인터넷에 게시된 폐교식 영상에는 학교 교직원, 학생, 티베트 승려 수백 명이 교문 앞에서 슬픈 표정으로 학교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다수 학생은 눈물을 훔쳤다. 학교 정문에는 ‘하다(哈達)’가 빼곡히 걸렸다. 티베트 불교에서 경의나 축복의 의미를 담은 비단 천이다.

이번 일과 관련, 다와체링 티베트 망명정부 산하 티베트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에 “직매 기알첸은 학교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중국 당국의 정책에 적극 협조해 왔지만, 학교는 폐쇄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어 교육도 실시하지만 기타 교과 과정은 티베트어로 진행한다. 학생들이 티베트 전통 의상을 입는 등 티베트 전통을 따르도록 한다는 게 학교의 특징이다. 승려들이 운영하는 학교지만, 티베트어를 가르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국 당국이 주장하는 무신론이나 공산당 이념을 가르치는 등의 방식으로 당국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수백만 명의 티베트 어린이를 기숙학교에 보냈다. 티베트 어린이의 약 80%가 학령기부터 성인기까지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으로 외부 세계는 추산한다. 동시에 티베트어를 가르치는 초등학교, 사립학교는 감소세다.

이 같은 이유로 다와체링 티베트정책연구소장은 “직매 기알첸 민족직업학교 폐쇄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어를 교육하는 중국 내 모든 학교를 폐쇄한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앞으로 모든 학교에서 중국어만을 가르치고 티베트어는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게 됐다. 당장 올해부터 간쑤성 티베트자치주에서는 대학 입학시험에서 티베트어를 사용할 수 없다. 해당 지역에는 티베트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없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다와체링 소장은 “민족 언어로서 티베트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티베트어 교육을 금지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한족이 아닌 다른 민족은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티베트어를 공부한 사람은 한족으로 동화되지 않은 사람으로 간주하고, 이런 사람은 반드시 (중국 당국으로부터) 독립할 마음을 가질 것으로 의심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사단법인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와 티베트인권민주주의센터(TCHRD)는 지난해 5월 ‘티베트 언어와 교육권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이에 유엔은 올해 2월, 중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10년간 시진핑 정부의 이른바 ‘하나의 중국’ 정책 때문에 티베트 문화, 언어, 종교가 말살될 위험에 처했다. 이는 티베트인들에게 보장되는 종교 자유, 교육권, 문화권에 배치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족뿐만 아니라, 네이멍구자치구 거주 몽골족, 신장위구르자치구 거주 위구르족을 비롯하여 조선족자치주 내 조선족을 대상으로 언어 등 민족문화 교육 과정을 폐지하는 정책을 실행해 왔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교육 당국은 지난해 9월, 가을학기 개학을 앞두고 “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이제까지 몽골어로 교육하던 ‘중국어’ 과목을 중국어로 교육하는 ‘어문(語文·국어)’ 과목으로 대체했다. 이어 올해 “내년부터는 각각 도덕·법치(정치), 역사 과목도 기존 몽골어에서 중국어로 수업 언어를 바꾼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랴오닝성 동북 지방 일부 조선족 초등학교, 조선족 중학교에서도 옌볜(延邊)교육출판사가 출간한 ‘한어(漢語·중국어)’ 교과서 대신 중국인민교육출판사가 편찬한 ‘어문’ 교과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어 교재를 한국어 설명이 빠진 중국의 통일 교재로 바꾼 것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자치구에서도 각각 2017년, 2018년부터 같은 제도가 도입됐다.

중국 당국의 해당 조치로 인해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 사회에서는 “소수민족 교육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 이 기사는 VOA 기사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