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대비? US스틸 인수 희망 일본제철, 폼페이오 전격 영입

최창근
2024년 07월 22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4년 07월 22일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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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 중 ‘총격’ 사건 여파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화당은 ‘힐빌리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J. 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 트럼프의 보완재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이 속에서 한 일본 대기업이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실력자를 전격 영입했다.

7월 21일,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제철(日本製鐵)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대비한 포석이다.”라는 분석도 따랐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 하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무부 장관을 역임한 폼페이오는 최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찬조 연설자로 나서 트럼프 지지를 호소했다. 차기 행정부에서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제철은 조강(粗鋼) 능력 기준 세계 4위 철강 제조기업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전 일본 최대 철강기업 ‘구(舊) 일본제철’을 모체로 한다. 패전 후 재벌(財閥) 해체 정책에 따라 야와타제철, 후지제철, 스미토모 금속공업 등으로 분사 됐다. 이후 신일본제철, 신일철주금을 거쳐 2019년부터 원래 사명 ‘일본제철’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도쿄 일본제철 본사. | 연합뉴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149억 달러(약 19조4000억원)에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를 선언했다. 전기차(EV)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는 미국 철강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설립 123년 차를 맞이하는 US스틸은 미국 근대 산업의 상징이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JP모간의 아버지’ 존 피어폰트 모간이 각자 운영하던 철강회사가 1901년 합병돼 설립됐다. 설립 당시 미국 전체 조강 생산량의 약 65%를 담당하며 1960년대까지 세계 최대 철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일본과 유럽 철강사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최근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공세에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다. 2020년 기준 조강 능력 세계 27위를 기록했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US스틸의 사명, 본사 소재지 등은 유지하기로 했다. 성사될 경우 일본제철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4위(4437만t)의 일본제철과 세계 27위의 US스틸(1449만t)이 합병할 경우 조강 능력 5886만t으로 중국 안산강철그룹(5565만t)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른다.

일본제철의 인수 제안에 US스틸 주주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문제는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혀서 인수 작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권 반응도 부정적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미국 기업으로 남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할 경우 합병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반대 여론 무마를 위해 일본제철은 전미철강노동조합과 US스틸 간 협약 준수, 휴스턴 소재 일본제철 미국 본사의 US스틸 본사 소재지 피츠버그 이전 등을 공약했다. 감원, 시설 폐쇄, 공장 해외 이전은 없다는 보장도 했다.

이 속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 영입을 발표한 일본제철은 영입 이유로 “폼페이오 전 장관은 (민주·공화) 양 진영에서 존경받고 있다. 미국의 지정학, 안보 과제에 대해 지극히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제철의 폼페이오 전 장관 기용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계돼 정치 문제화하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의 영입을 통해 매수 교섭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재선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전해지는 가운데 가까운 사이인 폼페이오 전 장관을 기용하는 것은 (US스틸 인수와 관련된) 난국을 타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동맹국 일본과 연계해 미국 제조업의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의 양국 대표기업이 합작을 통해 규모를 키워 중국 기업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